장규태 원장 "실패 위험 큰 바이오 연구에 집중…상업화는 중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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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은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외부에 의존 않는 연구분위기 조성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 성과
"연구자가 한우물 파도록 기다려야"
![](https://img.hankyung.com/photo/201611/AA.12771739.1.jpg)
취임 1주년을 맞은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기초 바이오 연구성과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장 원장은 취임 후 생명공학연구원의 가장 큰 변화로 지난 1월 전문연구단 중심의 조직 개편을 꼽았다. 한국이 고령사회가 된 데 맞춰 출범한 ‘노화제어연구단’,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위해요소감지연구단’ 등 총 6개 전문연구단을 꾸렸다. 전문연구단은 연구비를 조달하기 위해 외부 일감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연구단 인건비의 80%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연구비가 모자라 연구 도중에 외부에서 일감을 찾아야 하는 구조에선 제대로 된 연구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연구단은 2018년까지 셀, 네이처, 사이언스 등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5편 이상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장 원장이 그리는 ‘큰 그림’은 따로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연구단 한 곳만이라도 ‘잭팟’을 터뜨리는 것이다. 한 건만 터져도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위해요소감지연구단이 개발한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남미에서 임상시험 중인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는 혈당을 검사하듯 피 한 방울만으로 감염 여부를 20분 만에 알 수 있는 의료기기다. 장 원장은 “부부가 2세를 계획할 때 진단키트로 미리 검사하면 소두증을 앓는 아이가 태어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아스피린처럼 시장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그는 인건비 외에 정책이나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꾸준한 연구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는 8년여에 걸친 연구의 결과물이다. 장 원장은 “바이오분야는 초기 투자 후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최소 10~15년이 걸리는 만큼 기다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사업화 성과가 해외 연구기관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다림이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소기업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해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엑세스바이오, 바이오메도믹스 등과 5년간 5700만달러(약 650억원) 규모의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10여년에 걸쳐 복합진단·빈혈측정기술을 개발했다.
장 원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희귀질환처럼 실패 위험이 높고 상업화가 쉽지 않은 연구에 집중하고 연구결과는 중소기업과 협업해 상업화할 계획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바이오벤처 250개사를 대상으로 멘토링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네오팜, 제노포커스, 바이오리더스 등 9곳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장 원장은 “일본 생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50년 동안 한우물을 팔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연구풍토 덕분이었다”며 “연구자가 한 분야에 매달리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고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