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바다 위 낭만적 하룻밤…코모도는 꿈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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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1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
크기 3m '코모도 드래곤'…등골 서늘한 기념사진 '찰칵'
분홍빛으로 물든 환상의 핑크비치
해변길 따라 여유로운 산책 즐겨
밤하늘 배 위엔 무수한 별 쏟아져

크루즈를 타고 2박3일 항해를

운전기사의 생각과 달리 우리 일행은 ‘크루즈 손님’이다. 크루즈라고 하면 보통 큰 배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의 크루즈들은 인도네시아 전통 배다. 이것을 타고 국립공원 섬 사이사이를 돌며 2박3일간 유람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 일행 중 다이버는 없었다. 바다 수영이나 스노클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이들이다. 아직 바다 밑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다이빙에 푹 빠진 사람들이 들으면 땅을 칠 일이다. 바다 밑 세계의 비밀을 아는 이들에게 코모도 섬은 평생 손꼽아 기다리는 여행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가서 대체 뭘 하고 왔느냐’고 타박할 것이 분명하다.코모도 다이빙은 거센 조류의 영향으로 역동적인 조류 다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초보보다는 경험이 있는 다이버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다이빙 지역이 넓은 곳에 분포돼 있다. 긴 보트여행도 병행해야 한다. 리브어보드(Liveaboad)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리브어보드란 배에서 하루 이상을 보내면서 다이빙도 하고 잠도 자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배 여행의 낭만과 아름다운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절경을 보며 감탄하다 잠수 중에 쥐가오리까지 만난다면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꿈처럼 아름다운 환상적인 풍경
탑승한 배는 18인승으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방은 특급호텔보단 못하지만 샤워실이 별도로 있고 어떤 방에는 소파도 있다. 객실에서 한 층 더 올라오면 메인갑판과 식당이 있다. 꼭대기 층에 가면 별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할 수 있는 갑판이 나타난다. 우리 일행은 많은 시간을 갑판 위에 있는 큰 책상에서 보냈다. 공해 없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영화를 보고,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인도네시아(코모도 섬)=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사진=이규열 작가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큰 도마뱀
코모도 드래곤은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큰 도마뱀이다. 다 자라면 크기가 2~3m, 몸무게는 90㎏에 이른다. 바다 수영을 500m까지 할 수 있고 시속은 20㎞에 달할 정도로 민첩하다. 침 속에 독이 들어 있어서 한 번 물리면 덩치 큰 하마도 속수무책이다. “코모도 드래곤을 만나도 절대 소리를 지르지 말고, 갑자기 뛰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공격성이 강한 코모도 드래곤은 사람까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 섬을 돌아보려면 반드시 가이드를 동행하고 레인저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스쿠버다이버들만이 오던 지역이었는데, 최근 관광객이 급증해 연간 2만~3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숨을 죽이고 무리를 지어 유치원 아이들처럼 한 줄로 레인저의 뒤를 따랐다. “지금 짝짓기 시즌이라 놈들이 많이 보이진 않을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운이 좋은 것인지 세 마리나 볼 수 있었다. 해안가로 돌아오니 인간의 손에 자란 코모도 드래곤 네 마리가 있었다. 야생 도마뱀을 보지 못한 관광객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관리소에서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느릿느릿 느긋했던 녀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등골 서늘한 코모도 섬 여행을 마쳤다.
해변이 온통 분홍빛을 띤 핑크비치
핑크비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마치고, 배로 돌아와 선상에서 마지막 일몰을 즐겼다. 이번 크루즈 여행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적도 하늘의 일몰과 일출, 그리고 컴컴한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무수한 별이었다. 하선하는 날 아침, 3일 동안 정들었던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배에서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처음엔 존재조차 몰랐던 이국의 사람들인데 서운해서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적도 한가운데서 만났던 커다란 도마뱀과 따뜻한 미소를 가진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코모도의 하늘, 섬, 바람이 벌써 그리워진다. 모든 이별은 아쉽기 때문일까.
인도네시아(코모도 섬)=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사진=이규열 작가▶여행 Tip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komodonationalpark.org)은 유명 관광지인 발리 동쪽에 있다. 인천에서 발리까지 직항을 타고, 발리에서 라부안바조 공항까지 국내선을 타는 것이 코모도 섬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크루즈 프로그램은 시모어 파푸아 선사(seamorepapua.com)에서 운영한다. 2박3일 패키지 가격은 1인당 600달러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