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장승업 '귀거래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은 호방한 필묵법과 정교한 묘사력으로 생기 넘치는 작품을 남긴 조선 왕조의 마지막 화원이다. 안견, 김홍도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불리는 그는 추사 김정희 제자인 이상적의 사위 이응헌 집에서 심부름하던 천민 출신으로, 우연히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화업을 시작했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40대에 그린 ‘귀거래도’는 도연명의 시 ‘귀거래사’를 묘사한 수작이다. 오원이 살았던 조선시대 말은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했다. 오원은 왕의 부름을 받고도 80일 만에 관직을 내려놓고 고향에서 평생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유유자적한 삶을 산 도연명을 그리워하면서 이 그림을 그렸다.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장면을 일필휘지로 화폭에 담아냈다. 사립문 밖에는 병아리들이 노닐고, 수탉들은 담장에 올라앉아 홰를 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