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플러스]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속도'…남은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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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증권이 보유한 자사주 835만9040주를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보유지분은 기존 19.16%에서 30.1%로 증가한다.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장 금융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삼성증권 주식 추가 취득은 금융지주회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금융지주회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또 다른 상장 자회사인 삼성화재의 보유지분은 14.98%에 불과한 데다, 자기자본 확충 등 문제가 있어서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증권의 지분 매입으로 다른 계열사에 대한 투자여력이 3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보험업법은 계열사 투자 한도를 총 자산의 3%내로 규정하고 있다.보험사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줄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삼성화재 추가 지분 확보도 힘들다는 판단이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조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낮춰야 하는 문제도 있다. 금산분리의 원칙에 따라 비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을 5%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75%를 가지고 있다. 보유지분을 5% 미만으로 축소하려면, 삼성전자 지분 2.25% 이상을 매각해야 하는데, 시가 기준으로 약 4조9000억원에 달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들이 많다.또 현재의 시국을 고려하면 금산분리의 원칙을 깰 중간금융지주법의 허용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및 지급여력비율(RBC)도 지주사 전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부채구조상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인 IFRS4 2단계 및 신(新)지급여력비율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며 "금융지주사 전환시 사업회사의 자본이 감소해 규제 리스크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RBC도입 시기가 늦춰진다 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LAT 와 RBC제도가 강화되면 타격이 있다. 보험업계의 RBC비율을 사수하려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매입이 더 어려워진다.
김 연구원은 "금융지주사 전환 없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라며 "규제 리스크가 심화되는 경우에도 직접적인 자금 조달보다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