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카드'로 반격 나선 박 대통령…여야 대선주자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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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 정치권 파장박근혜 대통령이 ‘반격카드’를 꺼냈다. 16일 법무부 장관에게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의 비리의혹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엘시티 비리사건에 여야 정치인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야당의 퇴진요구를 거부한 채 국정운영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천문학적 비자금 정치권에 제공됐다는 의혹"
민주당 "퇴진요구 받는 대통령이 수사 지시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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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퇴진 요구를 받는 박 대통령이 마치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처럼 철저한 수사와 연루자 엄단을 지시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박 대통령은 엘시티 사건을 사정당국에 맡겨두고 검찰조사에 응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나 성실하게 답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공안정국을 조장해 퇴진 국면을 전환하려는 꼼수”라며 “박 대통령은 공작정치를 발동하려 하지 말고 겸허히 검찰 수사를 받기 바란다”고 촉구했다.박 대통령의 엘시티 사건 수사 지시는 앞으로 국정 운영에 본격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안총기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를 외교부 제2차관에 내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와의 협의를 위해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했다. 국방부가 지난 1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한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3당이 퇴진 요구를 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하야(下野) 또는 퇴진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한 참모는 “어떻게 의혹만 갖고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할 수 있느냐. 의혹만으로 하야하는 게 맞느냐”며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박 대통령은 아마 목숨을 내놓고라도 지키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추천 총리와 영수회담 등 이미 제시한 카드를 계속 살려놓은 채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혹들을 해명한 뒤 국정 정상화를 도와달라고 당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탄핵까지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장진모/임현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