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정치 초보 트럼프 약점 메울 '2인자' 펜스…'역대 최강' 부통령 예고

트럼프의 사람들
(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

전형적인 공화당원…진중한 성격의 개신교도
아일랜드 이민자 집안 출신…'아웃사이더' 트럼프 대척점

워싱턴 정가 탄탄한 입지…트럼프의 정치력 보완
쓴소리도 아끼지 않아…'제 2의 딕 체니'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맨 오른쪽) 부부가 16일(현지시간) 부통령 관저가 있는 워싱턴DC 해군 천문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맨 왼쪽) 부부를 맞이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지난 7월15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의 굳힌 도널드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57)를 지명했을 때 놀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느 모로 보나 트럼프의 부족한 정치 경력과 워싱턴DC 정가에 대한 무지를 잘 보완할 이상적인 러닝메이트로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부통령 될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 초보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짝을 맞추게 된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사상 최강의 부통령 중 한 명이 될 전망이라고 17일 보도했다.

FT는 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충실한 부관’ 수준인 조 바이든 부통령과 달리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국가 안보 등의 분야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누린 딕 체니 부통령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 근거로 트럼프가 존 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자신은 워싱턴DC의 정치 세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부통령은 “가장 강력한 부통령(veeps)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들었다. 트럼프 스스로 자신을 보완할 ‘체니 스타일’의 부통령을 원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책 법제화 핵심 역할

트럼프가 인정한 대로 의회 정치에서 펜스는 트럼프에 비해 훨씬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공화당 강경세력 ‘티파티’ 소속이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이 “펜스의 열렬한 팬”을 자처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트럼프가 취임 후 국정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선 상·하원 다수를 장악한 공화당과 호흡을 맞춰 각종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트럼프의 주 공화당 대사’라는 별칭을 붙여준 펜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랜디 뉴제바우어는 “트럼프가 선거 기간 내놓은 공약은 상당폭 바뀔 것”이라며 “펜스는 트럼프가 그의 입법 의제를 정리하는 것부터 돕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견제 ‘미스터 쓴소리’

펜스는 단순히 트럼프가 하자는 대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벌써 여러 번 트럼프의 견해에 맞선 경험이 있다.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이 상원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데 반대했지만 그는 찬성했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이메일 해킹에 러시아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트럼프가 발뺌할 때 그는 트럼프를 옹호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유부녀를 유혹하려다 실패했다는 녹취가 공개됐을 때도 그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펜스에 대한 국민과 공화당원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가 변덕스럽고 거친 트럼프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뉴제바우어 의원은 “펜스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른 것은 다르다고 분명히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네 명의 대통령을 자문한 데이비드 거젠 하버드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펜스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부통령 중 한 명이 될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펜스는 체니보다 더 강력해지는 것은 꺼리고 있으며 (1인자에게 자기 의견을 강력히 제시하는 멘토가 되기보다는) 2인자 역할을 맡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6년간 라디오 진행 경험도

펜스 당선자는 성격이 진중하고 낙관적인 복음주의 개신교도에 동성애 결혼, 낙태에 반대하는 스테레오타입 공화당원이다. ‘아웃사이더’ 트럼프와 대척점에 서 있다.아일랜드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인디애나주 콜럼버스 출신 토박이로 집안 성향은 민주당이었지만 대학 진학 후 공화당에 기울었다. 1988년과 1990년 두 차례 하원의원에 도전했다 실패한 뒤 6년간 ‘마이크 펜스 쇼’ 라디오 진행을 맡은 방송 경험자이기도 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