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개입 수사] "고영태·차은택이 나를 이용…" 최순실, 검찰에 형량 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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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에 배신당했다" 주장구속된 최순실 씨가 핵심 혐의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버티기’ 전략을 펴고 있어 검찰 조사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기소를 앞두고 막판까지 검찰과 최씨 측 간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혐의 대부분 모르쇠 일관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오히려 측근들에게 배신당했다며 주요 혐의를 부인해 검찰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부인으로 일관하는 최씨에게 국가적 혼란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서 진실 규명에 협조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씨는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와 관련해 자신과 친인척이 찍힌 사진이 들어 있는 태블릿PC가 여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휴대폰 녹음 파일을 들려주자 일부 문서를 본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연설문의 일부 표현을 봐 준 적은 있지만 국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하고 더블루케이 등 비밀 회사를 운영한 혐의도 부인하고 있다.
최씨는 고영태·차은택 씨와 개인적으로 만나 사업 관련 회의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각종 의혹 사건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는 측근들이 자신과의 친분을 내세워 주변에 무리하게 권세를 과시하다 일이 잘못되자 자신에게 다 덮어씌운 것이라고 항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하기 전에 꼭 내게 허락을 받듯이 얘기를 하고 갔다”며 “이제 보니 고씨와 차씨 등이 나를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어 “나는 엄청나게 배신을 당하고 살아왔다”고 했다.다만 검찰의 집요한 추궁에 위축된 최씨는 검사에게 “형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무죄 확신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각종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해당 법정형의 상한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답을 들은 최씨는 “그러겠죠”라며 자포자기하는 듯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