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알렉스 고르스키 존슨앤드존슨 회장 겸 CEO, 미국육사 출신…군인정신으로 무장

타이레놀 리콜 등 악재 쏟아지자...구원투수 역할 맡아 깔끔한 '처방'

수색·공수 임무…대위로 예편
군생활서 리더십·봉사정신 익혀
임직원 채용할 때 전역군인 우대

1988년 자회사 얀센에 첫 입사
영업책임자 맡아 철저한 인맥관리
13년 만에 대표 승진 등 승승장구, 노바티스에 스카우트 됐다가 복귀

초대형 선단'시너지'에 주력
잇단 악재…직원 기살리기 힘써, 모든 직원에 8주 유급 육아휴가
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도…회장 취임 후 주가 120% 올라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해열·진통제 타이레놀로 유명한 세계 최대 건강관리제품 생산업체 존슨앤드존슨은 2012년 2월 또다시 대형 악재를 만났다. 새로 출시한 영·유아용 타이레놀 용기에 문제가 생겨 57만4000병을 모두 회수해야 했다. 아기에게 약을 쉽게 먹일 수 있도록 주사기를 함께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주사기를 약병에 넣을 때 약병 입구의 플라스틱 지지대가 병 속으로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타이레놀뿐만이 아니었다. 2009년부터 20여건의 크고 작은 리콜이 이어졌다. 2억개 이상의 제품을 환불해줬다. 회사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30년 전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 독극물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기업 위기관리의 모범사례를 썼다. 1982년 9월 누군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넣어 8명이 사망했다. 존슨앤드존슨은 미국 전역에서 3100만병(1억달러 상당)의 제품을 거둬들였다. 이미 시판된 제품은 새 제품으로 바꿔줬다.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로 회사는 다시 정상화의 기틀을 잡았다.

위기 극복의 신화를 다시 써 줄 ‘구원투수’가 절실했다. 2012년 존슨앤드존슨에는 두 명의 후보가 있었다. 연구개발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셰리 매코이 부회장과 영업통으로 주목받은 알렉스 고르스키 부회장이었다. 존슨앤드존슨은 그해 4월 고르스키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130년 역사상 아홉 번째 CEO다. 고르스키처럼 회장 겸 CEO 타이틀을 함께 거머쥔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CEO
고르스키 회장(56·사진)의 경력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 그는 198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미국과 유럽, 중미 파나마에서 6년 동안 군 생활을 했다. 수색과 공수 임무 등을 수행했고 대위로 예편했다. 회장 취임 전 하마평이 나돌 때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는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고르스키가 수렁에 빠진 존슨앤드존슨에 적절한 처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르스키 회장은 군에서의 경험을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군 생활을 통해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고르스키 회장은 임직원을 채용할 때 전역 군인을 특별히 우대한다. 군 출신이 전체 직원의 5% 정도인 4만5000여명에 이른다. 그는 지난 10일 CNBC방송에 출연해 “제대 군인들의 위대한 역량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입사 대상자 가운데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는다”고 밝혔다. 미국 보이스카우트 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그의 군경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르스키 회장은 1988년 존슨앤드존슨의 제약전문 자회사 얀센에 입사했다. 제대 이후 첫 번째 직장이었다. 얀센에서 영업부문 책임자로 일하면서 철저한 인맥관리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했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1996년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가운데 하나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2001년 얀센 대표에 올랐고, 2003년에는 존슨앤드존슨의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의약사업 총괄책임자에 임명됐다.

2004년에는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로 스카우트됐다. 노바티스에서 일반약품부문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근무하다 2005년 노바티스 CEO 겸 북미 제약부문 대표를 맡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 치료제인 포칼린XR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노바티스의 순항을 이끌었다. 친정 존슨앤드존슨으로 돌아온 것은 2008년이다. 수술제품그룹 월드와이드 회장 겸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제약사업부문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 짧게 줄이면 회사 서열 톱10에 들었다는 얘기다. 부회장에 오른 것은 2011년 1월이다.

처음 보는 직원과도 스스럼 없이 식사격랑에 빠진 회사의 방향키를 손에 쥔 고르스키 회장은 존슨앤드존슨이 이끄는 초대형 선단(船團)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세계 50여개국에서 250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영업지역은 170여개국에 달한다. 매출 기준(지난해 700억달러) 세계 103위의 기업집단이다.

상당수 경영전문가는 회사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너무 많은 조직을 갖고 있다 보니 모든 악재가 존슨앤드존슨의 이름으로 드러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르스키 회장은 ‘광대한 기반의 장점’을 내세웠다. 조화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지 기업 규모가 크다는 것은 장점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자신의 결심을 굽히지 않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크리스틴 스테워트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아주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르스키 회장은 끝없이 이어지는 악재로 실의에 빠진 직원들을 위로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타이레놀 리콜 여파로 마케팅업체 해리스인터랙티브의 기업명성지수가 1위에서 7위로 추락했다. 임직원은 실의에 빠졌다.

그는 친근한 성격으로 직원들을 달랬다. 회사 식당에 가서 처음 보는 직원과 스스럼없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기를 살려줬다. 직장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강조했고 직장 내 평등과 다양성을 추구했다. 미국의 존슨앤드존슨 직원은 남자든 여자든 8주짜리 유급 육아휴가를 갈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고르스키 회장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얀센을 통해 백신 추가 생산 프로그램을 가동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다. 온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이른바 ‘아이스버킷’ 캠페인에 동참했다. 큰 통에 얼음물을 담아 머리에 쏟아붓는 이벤트와 함께 기부금도 냈다.

고르스키 회장도 임기 중 실수를 저질렀다. 신경안정제 리스퍼달을 출시하며 미국 식품의약청(FDA) 허가를 받지 않은 분야까지 처방을 권해 22억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깨끗이 사과하고 도덕성 강화 방안을 도입하며 비난을 누그러뜨렸다.존슨앤드존슨 주가는 고르스키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20%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70%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3분기 미국 시장에서 93억달러, 글로벌 시장에서 84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확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