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대 신화에도 나오지 않는 '완벽한 면역'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312쪽 / 1만5000원
“정원의 은유를 우리의 사회적 몸으로까지 확장하면, 우리는 자신을 정원 속의 정원으로 상상할 수 있다. 이때 바깥쪽 정원은 에덴이 아니고, 안락한 장미 정원도 아니다. 그 정원은 몸이라는 안쪽 정원, 그러니까 우리가 좋고 나쁜 균류와 바이러스와 세균을 모두 품고 있는 곳 못지않게 이상하고 다양한 곳이다. 그 정원은 경계가 없고, 잘 손질되지도 않았으며, 열매와 가시를 모두 맺는다.”

미국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면역에 관하여(원제:On Immunity)》에서 인체와 면역의 관계에 대해 이같이 묘사한다. 그는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라며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자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고 말한다.완벽한 인체와 완벽한 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완벽을 꿈꾸며 면역과 관련된 각종 대체 의학에 빠져들거나 정보의 홍수와 맞닥뜨린다. 비스는 그 점을 세밀하고도 날카로운 필치로 냉정하게 묘사한다.

이 책에선 특히 백신과 예방 접종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아킬레우스를 영원불멸의 존재로 만들려 했던 그의 어머니이자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테티스는 아들이 죽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려고 아킬레우스가 갓난아기였을 때 스틱스강에 어린 아들을 담갔다 뺀다. 하지만 테티스가 쥐고 있던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만은 강물에 담그지 못해 결국 아킬레우스는 불멸의 인간이 되지 못한다.

비스는 자신이 아이를 낳고 백신을 접종시킨 경험을 이와 엮어내 “누구든지 완벽한 면역을 가질 순 없다”며 “그래도 현대 의학의 힘을 믿고 서로 이겨내 집단 면역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백신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때문에 백신이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부모의 무지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한다.또 “수은과 알루미늄,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가는 백신이 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독감 백신 혹은 아이들에게 맞히는 예방 접종 백신엔 그런 성분이 없거나 극히 적다”며 “백신이 자폐증을, 암을,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심은 대체로 근거가 없지만 전염력이 몹시 강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자연은 무조건 선하다”는 통념을 이용해 일반인에게 쉴 새 없이 파고드는 대체 의학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다. 비스는 “대체 의학의 매력 중 하나는 그것이 대안 철학이나 대안 치료법뿐 아니라 대안 언어를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독소를 두려워하면 대체 의학은 해독(디톡스)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또 일부 부모의 ‘수두 파티’(수두에 걸린 아이의 집에 일부러 아이들을 모아서 놀게 하는 일)를 예로 들며 “자연적으로 획득한 면역이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위험천만한 행태”라고 꼬집는다.이 책은 많은 유명 인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빈곤국 백신 접종 지원 사업을 벌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즐거울지, 또 얼마나 유익할지 짐작도 못 했다”며 지난해 여름휴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이 책을 강력 추천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