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모범생'…'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매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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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였던'1기 기업'중국 기업이 국내에 상장한 지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시장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르면서 국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한 곳도 없었던 이유다.
허위공시·분식회계…중국원양자원 등 신뢰 잃어
달라진'2기 기업'
깐깐해진 입성 과정 통과, 성장성 높은 기업들 많아
주주친화 경영에도 적극적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들어 상장한 중국 기업은 6곳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엄격한 상장 심사를 통과한 데다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된 지금이 매수 기회라며 올해 상장한 중국 기업들로 대상을 좁히라고 조언했다.◆달라진 2기 중국 기업
시장은 2011년까지 상장한 중국원양자원 차이나그레이트 등 기업을 ‘1기 중국 기업’, 올해 상장한 기업은 ‘2기 중국 기업’으로 구분한다. 한국거래소가 외국 기업 상장 경험 없이 유치만 독려했던 1기 중국 기업 때에는 ‘문제 있는’ 기업이 여럿 들어왔다. 상장하자마자 분식회계가 드러난 중국고섬, 거짓으로 공시를 내보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중국원양자원이 대표적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자초한 중국 기업을 보는 투자자 시선은 차가웠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지난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3배로 코스닥 평균인 24.4배와 비교해 크게 낮았다.하지만 올 들어 상장한 중국 기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기업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중국 기업에 대해 상장 기준을 강화한 뒤 국내 증시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은 상장 직전 3년간 감사보고서를 국제회계기준(K-IFRS)에 맞춰 다시 작성하고 법무법인 의견서도 제출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받지 않는 진입 규제다.◆“선강퉁 시행되면 재평가”
노동집약적인 전통 제조업이 주를 이룬 1기 중국 기업과 달리 2기 중국 기업은 성장성이 높은 산업군에 속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상장한 로스웰은 전기차 부품을 생산한다. 9월 상장한 헝셩그룹은 국내 방송사인 EBS와 손잡고 아동용 애니메이션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김남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한 중국 기업은 과거 상장한 일부 중국 기업의 잘못된 행위로 상장 때부터 기업가치를 깎였다”며 “과거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유발한 요인이 해소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저평가는 거꾸로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2기 중국 기업은 주주친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올해 중국 기업 중 가장 먼저 상장한 크리스탈신소재는 주당 29.8원을 중간배당하고 매년 순이익의 15%가량을 배당하겠다고 공언했다. 로스웰과 헝셩그룹도 올해 순이익의 15~16%를 현금 배당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은 한국사무소를 설치해 외국 기업 상장사의 약점으로 꼽히던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음달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이 시행되면 저평가받고 있는 중국 기업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상장한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올해 PER이 9.9배 정도지만 중국에 상장한 같은 화장품 생산 업체인 상하이자화의 PER은 28.7배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 상장한 기업과 한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너무 크다”며 “선강퉁 시행을 계기로 중국 기업이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