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설계도 다시 그리는 '롭스'

H&B스토어 시장 경쟁 가속화
먹거리 늘리고 눈썹정리 서비스도
롯데의 헬스앤드뷰티스토어(H&B스토어) ‘롭스’가 매장 설계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H&B스토어 경쟁이 치열해져 연초에 세웠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내년에는 경쟁사가 시도하지 않는 ‘체험형 서비스’ 매대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롭스는 지난해부터 실험 중인 ‘스위트스페이스’(사진) 매대를 내년에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위트스페이스는 먹거리 전문 매대로 수입과자, 젤리, 잼, 통조림 등을 판매한다. 전체 84개 매장 중 15개 매장에서 실험 중인데 소비자 반응이 좋다는 게 롭스의 설명이다.롭스 관계자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젊은 고객층이나 여직원이 많은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스위트스페이스 매대를 설치했더니 방문 고객이 기존보다 15%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H&B스토어가 화장품, 건강식품을 사러 오는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러 오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일부 매장에 실험 형식으로 설치한 ‘크래프트홀릭’ 매대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9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크래프트홀릭은 유기농 천으로 만든 인형 브랜드로 롭스가 직매입해 매장에 들여놓은 것이다. 20~30대 여성들을 겨냥, 롭스가 처음 도입한 서비스다. ‘아이브로우바’도 경쟁사에는 없는 롭스만의 서비스다. 소비자가 방문하면 매장 직원이 눈썹 정리 등을 해주고 관련 상품을 소개한다. 롭스 관계자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롭스의 이런 시도는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것이다. H&B스토어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K뷰티 열풍이 불면서 함께 급성장했다. 2013년 6000억원이던 전체 시장 규모는 올해 1조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만에 두 배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많아져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H&B스토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올리브영’(CJ)을 비롯해 ‘왓슨스’(GS), ‘롭스’(롯데), ‘분스’(신세계), ‘판도라’(메가마트) 등 10여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신세계는 분스를 접고 새 브랜드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CJ올리브영을 제외하고 다른 업체들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