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장에 편승해 개혁법안 다 폐기하면 뭘 먹고 사나

경제가 걱정이다. 국정이 마비되고 국회는 사실상 야당 천하로 넘어가면서 경제활성화나 구조개혁 등과 관련한 법안은 모조리 최순실표(標)라는 딱지가 붙으며 줄줄이 물거품이 될 조짐이다. 반면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 뻔한 증세와 기업규제 관련 법안은 무더기로 통과될 판이다. 야당이 정치광장을 장악하면서 좌경적 경제정책은 선이요, 자유시장 경제정책은 전부 악이라는 일대 캠페인이 벌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야당이 개혁법안들을 무산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아예 경제를 죽이자고 작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 지원 및 규제 완화에 필요한 근거를 담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이 법을 두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 적용 대상에서 의료 분야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던 야당은 기존의 반대 논리에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했다. 정부가 최순실 씨 단골병원인 차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이 법안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게 그렇다.야당은 지난 3년이나 협의를 거듭해 놓고는 이제 와서 더 이상 논의조차 안 하겠다며 노동개혁 법안을 수포로 만들었다.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을 핵심으로 한 규제개혁특별법은 정무위원회에서 한 번 논의한 게 전부다. 지역별 전략산업을 정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규제프리존특벌법도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국회페이고법, 의원법안규제영향평가법 역시 동력을 잃었다. 그나마 추진 중이던 공공, 금융, 교육 등의 구조개혁 관련법도 죄다 멈춰선 판이다.

반면, 야당이 여당의 자중지란을 틈타 통과시키려는 법안은 하나같이 경제적 악영향이 예상되는 것뿐이다. 현행 22%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겠다는 법인세법 개정안, 연 5억원 이상 소득자 세율을 38%에서 41%로 올리자는 소득세법 개정안,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등을 일거에 도입하겠다는 ‘경제민주화’란 이름의 상법개정안,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 때 자사주를 사전 소각토록 해 오너의 지배력과 경영권 승계를 제한한 것 등이 그렇다.

정치권이 경제에 숨통을 틔워줄 법안은 모조리 무산시키려 하고 대신 증세, 기업규제 법안 등을 들고 나오자 가뜩이나 시계 제로를 호소하는 기업들은 아예 손을 놓고 절망하는 분위기다. 이래서야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이러려고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거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걸 보면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하지만 야당도 집권을 바란다면 이 상황을 마냥 즐길 수 없는 처지란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의 무책임한 입법활동은 바로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경제가 죽으면 야당도 공동 책임이다. 이런 노선으로는 집권을 한다 해도 나라와 개인들의 살림살이는 붕괴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