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장기화 '불똥' 튄 시멘트업계

"시멘트 운송 차질…피해액 2000억 달해"

화물열차 운행률 40%로 뚝
트럭으로 시멘트 나르지만 출하 늦어지며 재고 쌓여

서울 건설현장도 공기 지연
1일 오전 서울 수색역 사일로(시멘트 저장고) 앞엔 시멘트를 싣기 위해 벌크시멘트트럭(BCT)들이 모였다. 어제 간신히 절반가량 채워넣은 5000t 용량의 사일로 1호기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동났다. 시멘트를 싣지 못한 트럭 기사들은 고함을 쳤다. 지난 9월27일 시작한 철도노조의 파업이 유례없이 장기화되면서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소 대비 40%까지 떨어졌다. 국내 시멘트의 철도운송 비율은 40%다. 건설현장은 시멘트 부족으로 공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철도 대신 트럭으로 수송업계는 급한 대로 열차 대신 트럭으로 시멘트를 실어나르고 있다. 한 덤프트럭 기사는 “장거리 운송이 늘어나면서 예전엔 하루에 다섯 탕(다섯 번 수송) 뛰었는데 이젠 두 탕만 뛴다”며 “10년 넘게 일했는데 사일로 바닥까지 시멘트를 긁어모은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업체는 시멘트를 생산한 뒤 화물열차에 실어 전국 사일로로 보낸다.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내륙에 공장이 있는 업체들의 철도운송 비중은 58%에 달한다. 열차로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시멘트 양은 1000t이지만 BCT는 25t에 불과하다.

파업으로 출하가 계속 늦어지면서 재고가 쌓이자 시멘트 업계는 생산량까지 줄이고 있다. 해상 운송을 늘리려고 해도 시멘트와 같은 대용량 화물을 내릴 수 있는 항구가 정해져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건설현장에도 불똥

불똥은 서울과 수도권 등 주요 건설현장으로 옮아붙고 있다. 시멘트 공급이 달리자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업체들은 출하량을 30%가량 줄였다. 레미콘 타설 및 골조작업은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이 작업을 할 땐 고온을 유지해야 하는데 열풍기를 돌리면 비용이 10% 더 든다. 시멘트가 굳으면서 결빙이 생기면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철도파업 때문에 원가가 올라가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시공사가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 위례 하남 등 대규모 신도시 건축현장에선 더 아우성이다. “최악의 경우 입주 일정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한국시멘트협회 집계 결과 이날 기준으로 파업에 따른 시멘트업계 누적 피해액은 670억원이었다. 공급 지연으로 인한 레미콘 및 건설사의 손해와 설비정지에 따른 여파 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최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큰 타격받은 시멘트 제조업계

업계는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래그 플라이애시 등 혼합재를 사용한 대체상품의 사용량이 많아졌다. 한 시멘트업체의 임원은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나 가장 좋은 건 노조가 파업을 끝내는 것뿐”이라며 “파업 시 화물열차의 필수운행률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번 장기 파업은 시멘트 제조업계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국회에서 ‘시멘트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자’면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법안이 발의돼 연간 500억원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또 내년부터 철도운임이 8.9% 인상되면 시멘트의 철도 운송비용은 올해보다 125억원 증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꺾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내년부터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