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맛 잡은 교촌치킨·서가앤쿡·토끼정 "고향은 대구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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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Style
외식업계서 잘나가는 대구산 외식 브랜드
대구·경북에 외식프랜차이즈 본사 380개사
전국 3500개 가맹본사 10% 넘어
단 음식 더 달게, 매운 맛은 더 맵게
대구식 강렬한 음식 조리법이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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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외식트렌드 이끄는 대구
대구에서 성공한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검증된 실력과 개성 있는 맛 때문이다.대구는 전국에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는 380여곳으로 전국 3500개 프랜차이즈업체의 10% 이상이 이 지역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의 외식트렌드를 알려면 대구에 가보라’는 말이 외식업계에 돌 정도다.
대구지역 소비자들의 성향도 외식산업이 발전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최 팀장은 “대구 사람들은 맛있으면 사 먹고 맛없으면 안 먹는 등 지역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스스로 먹어 보고 맛있다고 판단하면 평생 단골이 될 정도로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시설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외식업이 발달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조는 치킨
대구에서 치킨업체가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대구 외곽을 중심으로 양계장산업이 발달해서라는 것과 두 번째는 대구 인근 공단지역에서 근로자들이 값싸게 업무 이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치맥(치킨+맥주)을 먹기 위해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길영화 교촌에프앤비 과장은 “대구지역에서 치열한 치킨 경쟁이 벌어지면서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메뉴 개발에 나선 것이 대구 이외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치킨뿐 아니다. 대구는 커피의 도시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의 커피 매장 수는 3500여개로 270가구당 한 개꼴다. 이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도(매장당 323가구), 부산(366가구)보다도 많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엔제리너스커피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다빈치’ 등 토종 커피업체 매장 수가 더 많은 유일한 도시다.작년 말 기준 엔제리너스커피는 대구에 72개 매장을 보유했지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120개 매장을 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대구에선 맛만 있다면 우리 지역 업체의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 지역보다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