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상대로 한 오뚜기의 재테크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스타타워’ 빌딩 앞. 아이돌 가수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연예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이 이 건물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차은택.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 개입 사태’의 핵심 측근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CF 감독으로 시작해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 공연 제작자까지. 박 대통령의 눈에 든 뒤로는 문화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요네즈와 3분 카레, 진라면으로 잘 알려진 식품회사 오뚜기의 한 계열사가 지난해 12월 이 빌딩을 넘겨받기 전까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들어서 있는 이 건물의 주인은 차 씨였다. 계약 당사자인 이 둘은 토지면적 645.7㎡(약 195.3평), 지하 2층에 지상 5층으로 이뤄진 이 빌딩을 105억원에 매매하기로 하고 1년 전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차은택이라는 이름은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좌지우지하고 문화계에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는 권력자의 모습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매매계약이지만 지금 와서 보면 오뚜기가 시세보다 비싸게 사준 것 아니냐라는 세간의 의심과 정작 입주를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 겹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후하게 주고 산 것은 사실”

계약의 주체는 오뚜기의 전산계열사인 ‘알디에스’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지분 60%를 갖고 있는 회사다. 나머지 지분도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오뚜기 오너 일가의 회사다.

논란의 핵심은 매매가인 105억원이다. 티아라, 다이아, 샤넌 등 인기 연예인들이 소속돼 있는 MBK엔터테인먼트(대표 김광수)가 임차해 쓰고 있는 이 건물은 서울 논현동 선정릉역 1번 출구 인근 이면 도로에 있는 총 7층짜리 빌딩이다. 이 지역은 과거 100~200평 사이의 단독주택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곳곳에 빌라, 고급 스파(SPA), 오피스 빌딩 등이 들어서 주거지역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9호선 선정릉역이 생긴 이후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상업시설이 기존 주택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했다.

비싸게 샀다는 지적에 대한 오뚜기 측의 설명은 이렇다. 오뚜기 관계자는 “평당 4000만원으로 계산해도 토지값만 약 80억원에 달하고, 건물값은 아무리 감가상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당 400만원은 된다”며 “인근에 지하철역이 가까이 있어서 105억원은 비싼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전산계열사가 입주할 새 건물을 알아보던 중 부동산중개인을 통해 소개받은 것이지 차은택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오뚜기 얘기에 의하면 토지값 80억원에 건물값(약 600평) 24억원, 선정릉역 사거리에서 멀지 않고 인근에 지하철역까지 있어서 105억원은 비싸게 주고 산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의 얘기는 좀 다르다. 스타타워 인근의 P 부동산 중개인은 “계약이 이뤄진 시점인 지난해 12월의 시세로는 토지 평당 3800만원에 건물값 평당 250만~300만원이면 적정한 가격”이라며 “입주자가 반드시 이 지역에 들어와야만 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분명 후하게 주고 산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개인의 얘기대로라면 최대 82억원에 주고 살 수 있는 건물을 23억원이나 더 주고 샀다는 얘기가 된다. 이 건물 근처의 H 부동산 중개인도 “스타타워는 이 주변에서도 잘 지어진 건물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토지값 평당 4000만원에 건물값 평당 500만원은 다소 비싸다”며 “부동산 전문가라면 그 돈으론 그곳에 안 들어갈 가능성이 높으니 아마 입주자가 꼭 그 지역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 스타타워와 집 3채를 사이에 두고 불과 100m 떨어져 있는 토지 180여평 건물이 최근 65억원 안팎에 매매된 사실을 고려하면 적정가라고 얘기하는 오뚜기의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은 점도 있다. 게다가 65억에 거래된 건물은 이면도로 중에서도 모서리에 있어 위치가 좋다고 평가받는 데다 스타타워에 비해 큰 길과 더 가깝다.

◆“비싸게 샀지만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은 투자”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고, 시간이 지났다. 현재의 가치를 보면 약간 다르면도 있다. 선정릉 인근은 9호선 선정릉역이 들어서면서 여의도나 삼성동에 근무하는 중산층 회사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4년 현대차가 한국전력 부지를 고가에 매입한 뒤로는 개발 기대감이 이 지역까지 밀려들고 있다는 게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의 얘기다. 한전부지가 있는 봉은사역과 선정릉역은 지하철로 불과 2개역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거래량이 많은 곳도 아니다. 이 지역 S 부동산 중개인은 “물건이 안나와서 그렇지 한전부지가 팔린 뒤로는 이 지역에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수요가 많다”며 “가끔가다 나오는 건물도 보통 중개인들 통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N 부동산 중개인은 “지난해 12월 시세로는 비싸게 주고 산 게 맞지만 투자 관점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잘 한 것”이라며 “스타타워는 건물도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투자”라고 봤다.

애초 알디에스가 스타타워 바로 옆 건물인 ‘함 하우스’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은 왜 IT회사가 논현동 한복판에 건물을 샀냐는 의심을 다소 해소시킬만한 근거가 될수도 있다. 오뚜기 오너가문의 성 씨인 함 씨에서 이름을 따온 함 하우스는 오뚜기가 소유하고 있다. 다만 알디에스는 계약 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 스타타워가 아닌 여전히 함 하우스에 입주해 있는 상황이고 스타타워는 MBK엔터테인먼트가 내년까지 쓰기로 계약돼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 당시 차은택 측으로부터 MBK엔터테인먼트가 2017년까지 입주해 쓸 수 있도록 특약 사항에 넣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그 이후에는 다시 MBK 측과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