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포화 맞은 이재용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활동 중단”

국회에서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는 9 명의 대기업 총수가 나왔지만, 의원들 질의의 80% 이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돼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라는 말이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이 부회장에게 최순실 의혹뿐만 아니라 삼성 경영 전반에 대해 추궁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부분의 답변은 ‘모범답안’ 수준을 벗어나지 않아 의원들의 잇단 지적을 받기도 했다.이 부회장은 최순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줄곧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의원들의 공세에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넘어갔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의 답변이 불만족스럽다며 “그런 식으로 답변하면 삼성 입사시험에서 낙방할 것”이라고 면박을 줬다.

이 부회장은 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이나 미래전략실 운영 등과 관련, 예상 밖의 ‘과감한 발언’을 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주위에 직언을 안 하는 소위 간신배 같은 사람이 많아 어렵게 됐는데 이 부회장도 똑같다”며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한 아버님(이건희 회장) 약속을 이 부회장이 실천하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많으신 걸 느꼈다”며 “선대회장이 만들고 회장께서 유지해온 것이라 함부로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이 부정적 인식이 많으면 없애겠다”고 밝혔다.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삼성도 갤럭시노트7도 실패했는데 이런 분이 어떻게 삼성의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며 “오전 청문회에서 스스로 말한 대로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게 많고, 기억력이 안 좋다면 아는 게 많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게 어떻냐”고 몰아부쳤다. 이 부회장은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 넘기겠다”고 답했다.

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기부금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하자 이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경련 회비를 더 이상 납부하지 않고, 활동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 부회장을 향해 자신의 갤럭시 휴대폰을 흔들어보이며 “국민들이 비싼 돈 들여 삼성을 살찌운 이 핸드폰을 들고 이재용 증인의 구속을 주장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 부회장의 답변을 가로막고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고 황유미에게는 500만원 내밀고, 정유라에게는 300억원 내미는 게 삼성이에요! 아시겠어요?”라고 호통을 쳤다.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시간이 없다”며 계속 말을 끊었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동문서답하지 말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증인은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은 뒤 “아직 오십이 안 됐는데 평소에도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이에요? 머리 굴리지 마세요”라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의원들의 공격이 과열되자 김성태 위원장이 “의원들이 국회의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언행은 지양해 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