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민간 아파트용지 공급 9월 이후 0건…왜?

'물량 축소' 정책 맞춰 공급 조절
김포·아산·오산·안산 등 수의계약 공고도 취소
국내 최대 택지 공급업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민간 건설사에 대한 아파트용지 공급을 4분기 들어 전면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공공 택지지구 판매를 줄여 주택 공급과잉 및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다. 주로 공공 택지에 의존해 주택사업을 벌여온 상당수 중소·중견 건설사의 주택 공급물량도 앞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아파트 용지, 40% 급감7일 LH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LH의 아파트 용지 분양 관련 공고는 총 62건(정정공고 포함)에 달했다. 하반기 들어 공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지난 9월 이후 이날까지 분양 관련 공고는 9건에 그치고 있다. 9건의 대부분은 김포 양곡·마송, 이천 마장, 아산 탕정, 오산 세교 및 세교2, 안성 아양, 내포신도시 등에서 이뤄지던 아파트 용지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아파트 용지 매각 공고(입찰 및 수의계약)는 전혀 없다. 당장 땅을 팔지 않겠다는 의미다.

LH는 올 들어 8월 말까지 경기 파주 운정3지구와 남양주 별내, 인천 영종하늘도시와 청라국제도시, 시흥 장현, 화성 봉담2지구 등 수도권 일대와 부산 정관, 춘천 우두지구 등에서 5조5013억원(92개 필지, 348만8000여㎡)어치의 아파트 용지를 팔았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8월 공공택지 공급 축소 등을 담은 ‘8·25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한 뒤 9월부터 현재까지 LH의 아파트 용지 판매 실적은 9028억원(13개 필지, 54만5000㎡)으로 뚝 떨어졌다. 대부분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나 10년 공공임대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된 용지다.올해 아파트 용지 공급 실적(면적 기준)은 지난해와 2014년과 비교해 각각 42%, 48% 줄었다.

◆내년 땅 공급 더 줄어들 듯

정부는 2014년 ‘9·1 부동산 대책’에서 신도시 공급 및 공공택지지구 추가 지정을 3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에도 좀처럼 분양물량이 줄지 않자 최근에는 민간 건설사 등에 아파트 용지 매각을 완전히 중단한 것이다. 택지 공급이 주요 사업인 LH로서도 곤혹스러운 상태다.내년 아파트 용지 공급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7~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70만가구 이상으로 집계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계속 제기되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아파트 용지 공급이 크게 줄긴했지만 당초 목표치는 달성했다”며 “내년에도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일단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공급 계획을 잡고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로 주택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대형 건설사에 밀려 수주가 쉽지 않다”며 “기존에 미리 택지를 많이 확보해놓은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미래 일거리를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임원도 “공공택지개발지구 이외에 공공기관 이전 부지나 건축사업 등 다양하게 사업 아이템을 찾는 중이며,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 등과 컨소시엄 구성도 고려하고 있지만 막막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