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조달러 부실대출 숨겼다

32개 은행 '회계 꼼수' 들통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줄이려
대출금을 '투자 미수금'으로 분류
중국 은행들의 ‘숨어 있는 대출’ 규모가 2조달러(약 2300조원)에 달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의 부실대출 문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시장에 상장한 중국 내 32개 은행의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투자미수금’ 항목으로 분류된 금액이 2조달러(지난 6월 말 기준)로 집계됐다고 8일 보도했다. 2011년 말의 3340억달러와 비교하면 여섯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투자미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01년 말까지만 해도 6%에 불과했다.WSJ는 “중국 은행들이 ‘투자미수금’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상 기업 대출과 마찬가지”라며 “중국 은행들이 회계적 편법으로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숨기기는 중소 규모 은행에서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중은행이 대출금을 투자미수금으로 처리하는 이유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기존 대출의 연장이나 신규 대출에 나설 여유가 그만큼 생기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9월 “시중은행의 대출 숨기기는 숨겨진 신용위험”이라며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은행 UBS는 중국 시중은행이 투자미수금을 대출로 바로잡는다면 최대 2120억달러(약 245조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