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유쾌한 소통' 능력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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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난 학점 높은 사람은 사양합니다.”
'공부벌레'는 사회 적응력 낮아
잘 놀아야 시장서 환영받아
인터넷 타고 나만의 개성시대
국내외 1인 미디어 스타 속출
톡튀는 아이디어로 승승장구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국내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학점이 3.5가 넘는 지원자의 이력서는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흥미로운 답이 돌아왔다. 학점이 3.5가 넘는 사람은 공부만 했던 사람이어서 사회 적응력이 낮다는 것이다. 고학점 지원자를 몇 차례 뽑아보니 사회생활의 기초부터 다시 가르쳐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독특한 사람관리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사업이 승승장구하니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하다.‘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에 놀기만 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명인가 싶었는데 점점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세계에선 두드러진다. 인터넷에서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인기 브로드재키(BJ) ‘대도서관’의 사례를 보자.
그는 아프리카TV에서 게임 화면과 함께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이면서 유명해졌다. 게임을 잘하는 요령을 설명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인기 BJ가 됐다. 그는 교육방송(EBS)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직업 세계에 대해 배우는 직업 안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교양프로그램 사회자가 됐다는 사실은 참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국경을 넘어 빠르게 떠오르는 1인 미디어 스타도 있다. 왕훙으로 활동 중인 ‘한국뚱뚱’이 대표적이다. 왕훙이란 인터넷스타를 말하는 중국어다. 유학생활을 통해 중국어를 익힌 그는 ‘한국뚱뚱’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동영상을 만든다.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중국 연예인이나 대중문화를 감상하며 수다를 떠는 동영상들이다.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유쿠에서만 누적 시청 수 200만회를 넘어섰다.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까지 합하면 그의 비디오는 1000만번 이상 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1인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과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동영상을 찍고,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그걸 보느라 시간을 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미 1인 미디어 스타는 큰 사업체로 성장했다. 화장법을 알려주는 뷰티 유튜버 포니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화장품 회사들이 먼저 제안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시장이 큰 중국에서는 인터넷 스타 왕훙의 힘이 더욱 거세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여성복 상점 상위 10개 중 5개가 왕훙의 상점이다. 한 유명 패션 블로거의 상점에서는 초당 2000벌이 넘는 옷이 팔려나가고 있다.
1인 미디어 스타 흉내라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한마디로 잘 놀아야 한다. 재미를 추구하면서 여러 사람과 만나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가볍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시장에서 호평받을 수 있다.1인 미디어의 성공공식을 잘 사용한 예는 한국민속촌이다. 속촌아씨라는 이름의 관리자는 얼굴을 숨긴 채 민속촌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와 각종 캐릭터의 일상을 담아 유튜브에 소개하는데 그 인기로 인해 민속촌 방문자가 점점 늘고 있다. 원래 한국민속촌은 전통 문화를 보존한다는 사명감 때문인지 지루하고 볼 것이 없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민속촌은 2012년부터 테마파크로 변신을 시도했다. 잘 노는 청년들을 불러다가 민속촌에 걸맞은 캐릭터를 연기하라고 주문하니, 거지, 기생, 이방, 사또, 관상가, 구미호 등 다양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 캐릭터들은 관람객 사이를 오가며 장난을 걸고 놀이를 제안한다. 민속촌 거지는 심지어 진짜 구걸해 돈과 음식을 얻어간다. 그 결과 관람객은 30% 가까이 늘었고 20~30대 관람객 비율은 60%를 넘어갔다.
학점 3.5를 넘는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이제는 가볍게 즐겁게 소통할 줄 알아야 시선을 끈다. 잘 노는 사람에게 훈계조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점점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돼가고 있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