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스포츠 가나다] 김종 '몰락'부터 박상영 '부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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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스포츠계에는 어느 해보다 우울한 사건이 많았다. '최순실 사태'와 '야구 승부 조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바둑 기사 이세돌의 도전과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펜싱 선수 박상영의 '할수 있다'는 주문까지 감동과 희망을 준 이야기도 많았다. 2016년 스포츠계를 흔든 이슈를 'ㄱ~ㅎ'까지 한글 자음 키워드로 정리했다. 스포츠계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체육계 대통령'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후원자였다. 김 전 차관은 정 씨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판정 특혜를 받는 데 관여하고, 정 씨의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로드맵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전 차관은 또 수영 선수 박태환에게 2016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는 박태환에게 "올림픽을 포기하면 기업 후원을 약속하겠다"면서 "출전을 강행해서 금메달 따와도 체육회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박태환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 전 차관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협박에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문을 두드린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모든 종목에서 예선탈락하며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과거 늘품체조 시연회에 불참했던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고, 참석한 손연재는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손연재가 체육대상을 받는 동안 김연아는 최우수상과 우수상에 그쳤고, 스포츠영웅 선정에서도 고의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차관이 "나는 김연아를 싫어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컸다. 김연아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6 스포츠영웅에 선정된 뒤 "늘품체조 행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불이익을 느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전 차관은 구속된 이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싫어한다는 발언에 대해) 김연아 선수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싫어하는 이유를 말하긴 힘들다"고 말해 의구심을 낳았다.프로야구(KBO리그)엔 또다시 승부조작 광풍이 휘몰아쳤다. KIA 타이거즈 투수 유창식과 NC 다이노스의 이태양, 이성민이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NC 구단이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고 발표했으나 NC는 이를 부인했다.
프로축구(K리그)도 심판 매수 파문으로 뜨거웠다. 전북 현대 모터스 스카우터가 2013년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전북은 이 사건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했고, 최종전에서 서울 FC에 패해 리그 3연패에 실패했다. 10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심판 매수에 대한 징계로 내년 시즌 ACL 출전권이 박탈될 가능성도 있다.국정농단만큼 충격적인 농구농단 사태도 벌어졌다. 여자프로농구(WKBL)의 '첼시 리 사건'이다. 한인 3세를 주장하던 리는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한국 무대를 밟을 때부터 혼혈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리에 대한 특별귀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가 활약했던 KEB하나은행은 준우승 기록 박탈과 동시에 전경기 몰수패 처리되며 순위가 최하위로 조정됐다. '혈통 사기극'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했다.'역도 영웅' 사재혁의 후배 폭행으로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가대표의 요람' 태릉선수촌에서 이루어진 폭력사건이었다. 대한역도연맹은 즉각 사재혁에게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퇴출이다. 올림픽의 해가 시작된 지 나흘 만이었다.
'도마의 신' 양학선은 불의의 사고가 올림픽 2연패의 꿈을 가로막았다. 아킬레스건 파열에도 어떻게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잘 회복되고 있다는 진단서를 대한체조협회에 제출하며 기회를 호소했다. 협회는 우수선수 추천제도를 통해 양학선을 선발했다.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의미였다. 양학선은 올림픽을 1개월 앞두고 열린 최종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결국 기권했다.프로배구(KOVO)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충격적인 몰락을 경험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신흥강자로 자리매김 했지만 올 시즌은 꼴찌로 추락했다. 8연패로 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도 세웠다. 무엇보다 특급 용병 로버트랜디 시몬의 빈 자리가 크다. 김세진 감독은 반등의 마지노선을 1월 초로 정했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시즌을 포기한다는 의미다.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김현수는 야유를 박수로 바꾸는 반전 스토리를 썼다. 그는 시즌 개막 전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으나 계약에 포함된 거부권을 사용하며 메이저리그에 잔류했다. 때문에 홈 개막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래서 극적이었다. 이따금 대타로만 출전하던 김현수는 5월 이후 출전 기회가 늘어나며 제실력을 보였다. 8월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치른 날 그토록 기다리던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김현수의 2016시즌 성적은 타율 0.302 6홈런 22타점이다.프로농구(KBL)에선 고양 오리온이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후 첫 번째이자 통산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우승 모두 '승현'이 이끌었다. 김승현과 이승현이다. '천재 가드' 김승현은 2001-2002시즌 데뷔와 동시에 만년 꼴찌 오리온(당시 오리온스)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두목' 이승현은 14년 뒤 오리온에 두 번째 트로피를 안겨줬다. 두 선수 모두 신인왕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인류 대표'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경기가 시작된 후 AI에 밀리는 천재의 모습에 세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3국 만에 승패가 결정되자 이 9단도 충격을 받았다. 다만 그는 "인류의 패배가 아닌 이세돌 개인의 패배"로 규정했다. 인류에게 자신의 무기력함을 사과하며 도전받은 자의 위치에서 도전자를 자처했다.
이 9단은 4국에서 기어이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마지막 5국에선 "알파고는 흑을 잡았을 때 어려워 하니 내가 흑을 잡겠다"며 어려운 길을 택했다. 결국 졌지만 아무도 그의 패배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장렬한 패배였다. 바둑을 모르는 시민들도 "질 땐 이렇게 져야 한다"며 이 9단의 집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은 바둑 중계로는 이례적으로 지상파 3사를 포함한 12개 TV 채널에서 방송됐고 합계 시청률은 13.6%(TNmS 기준)에 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생중계 동시 접속자수는 최고 66만명을 기록했다.손흥민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핫스퍼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시즌 개막 전부터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자신의 실수가 8강 탈락의 빌미가 돼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다.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에겐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공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분노의 여름'을 보낸 손흥민은 불타올랐다. 9월 한 달간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0월부터 차갑게 식었다. 이후 14경기에서 1골 1도움에 그치며 입지가 좁아졌고, 다시 이적설이 나오기 시작했다.강정호 역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오프시즌 동안 귀국도 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해 5월 메이저리그(MLB)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시즌 21개 홈런을 날려 추신수 이후 처음으로 MLB에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한국인 타자가 됐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선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6월엔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이달 초엔 음주 뺑소니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사고로 강정호는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힘들어졌다.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징계를 내릴 경우 주전 3루수 경쟁에서도 이탈하게 된다.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의 커리어엔 경사가 많았던 한 해다. 박인비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골프 역사 최초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했다. 그는 대회 전까지 부상으로 부진해 출전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박인비는 116년 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온 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전인지는 LPGA 신인왕에 이어 베어 트로피(최저타수상)를 거머쥐었다. 신인왕과 베어 트로피를 한 시즌에 동시 수상한 선수는 전인지가 역사상 두 번째다.
박성현은 시즌 상금 13억3000만원을 쓸어담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한 시즌 역대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다.내년 LPGA에 정식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IMF 시대'를 위로한 그의 마지막 그린 위에 그 시절 함께 개척자의 길을 걸었던 박찬호가 찾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 대한체육회로 새롭게 출발했다. 엘리트체육 단체와 생활체육 단체의 통합이다. 두 단체를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이고 체육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목표다. 초대 통합체육회장엔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회장이 당선됐다.프로야구(KBO리그)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2연패에 이어 21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15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4명이나 포진한 막강 선발진 '판타스틱4'는 70승을 합작하며 팀 승리의 75%를 담당했다. 이들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씩 나눠 가지며 4 대 0 우승을 견인했다. 두산은 '판타스틱4'의 전력누수가 없기 때문에 내년 시즌 우승 1순위로 꼽히고 있다..박상영은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스타였다. 제자 임레와의 결승전 11 대 14로 몰린 상황에서 나온 '할 수 있다'는 주문은 박상영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그의 대역전 금메달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에페 금메달이기도 하다. 올림픽 출전 당시 세계랭킹 21위였던 박상영은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하며 랭킹 1위로 올라섰다.
김현진/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박태환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 전 차관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협박에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문을 두드린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모든 종목에서 예선탈락하며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과거 늘품체조 시연회에 불참했던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고, 참석한 손연재는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손연재가 체육대상을 받는 동안 김연아는 최우수상과 우수상에 그쳤고, 스포츠영웅 선정에서도 고의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차관이 "나는 김연아를 싫어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컸다. 김연아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6 스포츠영웅에 선정된 뒤 "늘품체조 행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불이익을 느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전 차관은 구속된 이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싫어한다는 발언에 대해) 김연아 선수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싫어하는 이유를 말하긴 힘들다"고 말해 의구심을 낳았다.프로야구(KBO리그)엔 또다시 승부조작 광풍이 휘몰아쳤다. KIA 타이거즈 투수 유창식과 NC 다이노스의 이태양, 이성민이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NC 구단이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고 발표했으나 NC는 이를 부인했다.
프로축구(K리그)도 심판 매수 파문으로 뜨거웠다. 전북 현대 모터스 스카우터가 2013년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전북은 이 사건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했고, 최종전에서 서울 FC에 패해 리그 3연패에 실패했다. 10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심판 매수에 대한 징계로 내년 시즌 ACL 출전권이 박탈될 가능성도 있다.국정농단만큼 충격적인 농구농단 사태도 벌어졌다. 여자프로농구(WKBL)의 '첼시 리 사건'이다. 한인 3세를 주장하던 리는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한국 무대를 밟을 때부터 혼혈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리에 대한 특별귀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가 활약했던 KEB하나은행은 준우승 기록 박탈과 동시에 전경기 몰수패 처리되며 순위가 최하위로 조정됐다. '혈통 사기극'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했다.'역도 영웅' 사재혁의 후배 폭행으로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가대표의 요람' 태릉선수촌에서 이루어진 폭력사건이었다. 대한역도연맹은 즉각 사재혁에게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퇴출이다. 올림픽의 해가 시작된 지 나흘 만이었다.
'도마의 신' 양학선은 불의의 사고가 올림픽 2연패의 꿈을 가로막았다. 아킬레스건 파열에도 어떻게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잘 회복되고 있다는 진단서를 대한체조협회에 제출하며 기회를 호소했다. 협회는 우수선수 추천제도를 통해 양학선을 선발했다.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의미였다. 양학선은 올림픽을 1개월 앞두고 열린 최종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결국 기권했다.프로배구(KOVO)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충격적인 몰락을 경험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신흥강자로 자리매김 했지만 올 시즌은 꼴찌로 추락했다. 8연패로 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도 세웠다. 무엇보다 특급 용병 로버트랜디 시몬의 빈 자리가 크다. 김세진 감독은 반등의 마지노선을 1월 초로 정했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시즌을 포기한다는 의미다.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김현수는 야유를 박수로 바꾸는 반전 스토리를 썼다. 그는 시즌 개막 전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으나 계약에 포함된 거부권을 사용하며 메이저리그에 잔류했다. 때문에 홈 개막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래서 극적이었다. 이따금 대타로만 출전하던 김현수는 5월 이후 출전 기회가 늘어나며 제실력을 보였다. 8월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치른 날 그토록 기다리던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김현수의 2016시즌 성적은 타율 0.302 6홈런 22타점이다.프로농구(KBL)에선 고양 오리온이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후 첫 번째이자 통산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우승 모두 '승현'이 이끌었다. 김승현과 이승현이다. '천재 가드' 김승현은 2001-2002시즌 데뷔와 동시에 만년 꼴찌 오리온(당시 오리온스)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두목' 이승현은 14년 뒤 오리온에 두 번째 트로피를 안겨줬다. 두 선수 모두 신인왕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인류 대표'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경기가 시작된 후 AI에 밀리는 천재의 모습에 세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3국 만에 승패가 결정되자 이 9단도 충격을 받았다. 다만 그는 "인류의 패배가 아닌 이세돌 개인의 패배"로 규정했다. 인류에게 자신의 무기력함을 사과하며 도전받은 자의 위치에서 도전자를 자처했다.
이 9단은 4국에서 기어이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마지막 5국에선 "알파고는 흑을 잡았을 때 어려워 하니 내가 흑을 잡겠다"며 어려운 길을 택했다. 결국 졌지만 아무도 그의 패배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장렬한 패배였다. 바둑을 모르는 시민들도 "질 땐 이렇게 져야 한다"며 이 9단의 집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은 바둑 중계로는 이례적으로 지상파 3사를 포함한 12개 TV 채널에서 방송됐고 합계 시청률은 13.6%(TNmS 기준)에 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생중계 동시 접속자수는 최고 66만명을 기록했다.손흥민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핫스퍼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시즌 개막 전부터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자신의 실수가 8강 탈락의 빌미가 돼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다.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에겐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공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분노의 여름'을 보낸 손흥민은 불타올랐다. 9월 한 달간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0월부터 차갑게 식었다. 이후 14경기에서 1골 1도움에 그치며 입지가 좁아졌고, 다시 이적설이 나오기 시작했다.강정호 역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오프시즌 동안 귀국도 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해 5월 메이저리그(MLB)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시즌 21개 홈런을 날려 추신수 이후 처음으로 MLB에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한국인 타자가 됐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선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6월엔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이달 초엔 음주 뺑소니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사고로 강정호는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힘들어졌다.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징계를 내릴 경우 주전 3루수 경쟁에서도 이탈하게 된다.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의 커리어엔 경사가 많았던 한 해다. 박인비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골프 역사 최초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했다. 그는 대회 전까지 부상으로 부진해 출전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박인비는 116년 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온 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전인지는 LPGA 신인왕에 이어 베어 트로피(최저타수상)를 거머쥐었다. 신인왕과 베어 트로피를 한 시즌에 동시 수상한 선수는 전인지가 역사상 두 번째다.
박성현은 시즌 상금 13억3000만원을 쓸어담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한 시즌 역대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다.내년 LPGA에 정식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IMF 시대'를 위로한 그의 마지막 그린 위에 그 시절 함께 개척자의 길을 걸었던 박찬호가 찾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 대한체육회로 새롭게 출발했다. 엘리트체육 단체와 생활체육 단체의 통합이다. 두 단체를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이고 체육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목표다. 초대 통합체육회장엔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회장이 당선됐다.프로야구(KBO리그)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2연패에 이어 21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15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4명이나 포진한 막강 선발진 '판타스틱4'는 70승을 합작하며 팀 승리의 75%를 담당했다. 이들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씩 나눠 가지며 4 대 0 우승을 견인했다. 두산은 '판타스틱4'의 전력누수가 없기 때문에 내년 시즌 우승 1순위로 꼽히고 있다..박상영은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스타였다. 제자 임레와의 결승전 11 대 14로 몰린 상황에서 나온 '할 수 있다'는 주문은 박상영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그의 대역전 금메달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에페 금메달이기도 하다. 올림픽 출전 당시 세계랭킹 21위였던 박상영은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하며 랭킹 1위로 올라섰다.
김현진/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