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칼바람 맞는 중소형 공모주

이달 상장 7개 공모주
공모가대비 평균 24.9% 하락

"공모주 투자는 손해" 인식 확산
청약 경쟁률 한자릿수로 뚝
공모가 확 낮춰도 투자자 외면

상장 하더라도 '대기매물' 부담
'알짜' 저가 매수 기회 분석도
‘백약이 무효.’ 요즘 공모주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은행(IB) 업계의 탄식이다. 대폭 할인한 공모가를 내밀어도 시장은 냉랭하기만 하다. 청약 경쟁률도 한 자릿수를 넘기기가 힘겨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중소형주 위주의 연말 공모주 시장에 한파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한두 달 내 상장한 중소형 상장사들의 주가 부진도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급락하는 새내기 상장사
11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8~9일 청약을 받은 창업투자회사 DSC인베스트먼트의 경쟁률은 10.8 대 1을 기록했다. 가까스로 한 자릿수 경쟁률을 면한 저조한 수준이다. 그나마 회사 측은 최근 공모주 청약을 받은 창투사 TS인베스트먼트(청약 경쟁률 2 대 1),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기업 마이크로프랜드(1.2 대 1),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현성바이탈(5.8 대 1) 등보다는 나았다는 점에 위로를 삼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신라젠(172.5 대 1), 애니젠(812.5 대 1) 등의 청약은 흥행몰이가 가능했다. 양사 모두 희망 공모가 범위 이하로 공모가를 확정, 저가 매력을 앞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는 공모가를 아무리 끌어내려도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DSC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는 희망 공모가 최하단보다 공모가를 낮췄고, 마이크로프랜드는 최하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는데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앞서 상장한 상당수 중소형주가 상장 직후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 상장한 7개 공모주의 평균 주가 하락률(공모가 대비)은 -24.9%다. 반도체 소재·장비업체인 오션브릿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부진이 다른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을 야기하고, 이것이 다시 새내기 상장사의 주가를 짓누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희망가보다 높여 잡았는데도 청약에 흥행했던 뉴파워프라즈마 같은 기대주도 최근 공모가를 밑돌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면 손해 본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가 누르는 오버행분위기가 안 좋으니 악재가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버행(대량 대기매물)’이다. 최근 상장한 대부분 기업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지분율은 50~7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 기한이 2년 경과한 공모주는 기관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걸지 않는 한 언제든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일례로 장외시장에서 한때 1조원대 시가총액을 기록한 신라젠은 지난 6일 상장 이후 4일 연속 기관 매도세에 시달리며 현재 733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신라젠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지분은 75.14%였다. 애니젠(61.7%) 유니온커뮤니티(70.4%) 퓨쳐켐(63.6%) 뉴파워프라즈마(52.2%) 엘앤케이바이오(68.2%) 등도 유통 가능 지분율이 높았고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밀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은 상황에서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공모주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분위기 반전을 기다려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