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발 정보 공개 꺼리는 서울시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재건축 아파트 정비계획이나 토지별 건축물 높이 제한, 건축 규제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고 싶은 주민은 업무시간에 직접 구청으로 와야 합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자세한 계획과 도면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서울 강남지역 구청 A공무원)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건축계획 수립 및 결정 과정에 주민들이 사실상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결정짓는 정비계획과 필지별로 들어설 수 있는 건축물 용도 및 외관까지 정하는 도시·건축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주민들이 이를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 있기 때문이다.서울시와 각 구청은 관련 법에 따라 주요 도시·건축계획을 세울 때 열람공고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각 지자체가 매주 한 차례 발간하는 공보 등에 수립 중인 계획안과 확정된 계획을 싣고 서면으로 주민 의견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울시청과 구청 홈페이지를 뒤져 간신히 관련 공고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구청 담당과 사무실을 방문해야만 한다. 많은 지자체가 열람공고에 간략한 내용만 써놓기 때문이다. “수십, 수백쪽에 달하는 세부 내용과 지형 도면 등을 일일이 게재할 순 없다”고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은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순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3.9%에 달한다. 지자체가 그리는 도시·건축계획에 담긴 문구 한 줄, 숫자 하나, 지도에 그려지는 선 하나에 따라 국민 대부분의 전 재산인 주택과 토지 가치는 크게 변할 수 있다.서울시와 자치구는 주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각 구청은 최소한 홈페이지에 첨부파일을 올려 상세 내용과 도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추가 비용이 드는 일도 아니다. 시민 대부분이 자기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개발되는지 몰라 목소리 큰 몇몇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전체 주민 의견으로 둔갑하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