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머리 맞댄 중소기업, 연 매출 평균 36억 늘어

중기청 '대·중소기업 협력증진사업' (上)

볼보코리아 80개 협력사
굴착기 등을 생산하는 볼보그룹코리아는 신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협력사를 참여시킨다. ‘조기 공급자 참여(ESI: early supplier involvement)’란 이름으로 협력사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한다. 신제품 콘셉트나 특허 등 민감한 부분도 여기서 공개한다. 도면만 넘겨준 뒤 ‘이렇게 만들어 달라’는 식이 아니다. 협력사 스스로 자신이 제작할 제품을 제안하게 한다.

80여개 협력사 모임인 ‘볼보건기회’는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조 혁신’도 공동으로 한다. 볼보그룹코리아로부터 제조 노하우와 시스템을 이식받았다. 이를 통해 2008년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36억5000만원의 매출 증대 효과와 7억2000만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봤다.대기업과 협력사 간 관계가 점점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기업이 ‘갑’의 위치에서 ‘을’인 협력사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일감을 줬다 뺏는 식의 행태가 많이 줄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평가다.

협력사들도 자발적으로 ‘수탁기업협의회’를 구성해 대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따르면 2012년 총 107곳에 불과하던 수탁기업협의회 수는 올해 11월 기준 353곳에 달했다. 1차 협력사를 상대로 2·3차 협력사가 협의회를 두는 경우가 특히 많이 늘었다. 같은 기간 12개에서 221개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협의회를 구성하는 게 단가 협상이나 일감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재단이 협력사를 상대로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 “협의회를 운영하는 것이 경영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대답이 85.7%에 달했다.중소기업청은 2008년부터 수탁기업협의회에 지원을 하고 있다. 협의회 구성이 ‘안정적 공급망’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워크숍을 열고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교류활동을 하면 비용의 70% 이내에서 최대 연 500만원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1000만원으로 한도를 올릴 예정이다. 협력사 2곳 이상이 함께 기술개발, 시제품 개발, 공정 개선 등 협업과제를 할 땐 과제당 최대 5000만원(소요비용의 70% 이내)을 지원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과거의 협의회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형식의 수직적인 관계였다면, 지금은 경영 기술정보 교환이나 공동 기술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상생 협력하는 협의체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