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시급한 면세점 제도] 면세점 외국인 매출 70%인데…금융·통신처럼 '내수용 잣대'로 규제

3차 면세점 사업자 17일 발표

수출 산업에 시대착오적 규제
내수점유율 상위 2~3개사 신규 특허심사 때 감점 대상

투자 막는 5년 시한부 특허
신규점 적자에 허덕이는데 중기면세점 추가로 개점

허가제 아닌 등록제 전환을
내년 코엑스점 특허 만료…재승인 놓고 '4차 대전' 불보듯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심사를 하루 앞둔 14일 관광객들이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쇼핑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내년 3월부터 국내 면세점 업계도 독과점 규제를 받는다. 롯데와 신라면세점 같은 상위 2~3개 업체는 신규 특허 심사 때 감점 대상이 된다. 외국인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할 만큼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면세산업에 구시대적인 내수산업 규제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면세점 허가 과정에서 면세점 수나 사업권 기간 등을 놓고 오락가락해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책 혼선과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정부가 몇몇 업체를 선정해 면세 사업권을 주는 허가제 대신 일정 자격을 갖추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처별 엇박자인 면세점 정책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일 “내년 3월부터 면세점 특허 심사 시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평가점수의 일부를 감점하는 내용으로 관세법 시행령을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지배적사업자란 특정 지역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1개 업체나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2~3개 업체를 뜻한다. 면세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 시장’을 기초로 시장지배적사업자를 판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서울 면세점 심사 땐 서울, 제주도 면세점 선정 땐 제주도 면세시장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산출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서울 시내면세점 점유율은 롯데면세점 60.5%, 신라면세점 26.5%로 상위 2개사가 87%를 차지한다.

면세점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위주로 매출을 올리는 면세산업을 통신이나 금융 같은 내수산업으로 보고 독과점 규제를 적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면세점에서 외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8.8%에 그쳤지만 2014년엔 69%까지 높아졌다. 지난해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이 비중이 66.5%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소비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 지난 10월부터 면세점에서 국산 제품이 팔리면 수출로 인정하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면세업이 글로벌화되고 있기 때문에 내수용 그물망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수출 진흥 차원에서 면세점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혼란 줄이려면 등록제로 전환”

정부는 면세점 특허 기간을 두고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2013년 면세사업자에 대한 독과점 논란이 일자 관세법을 개정해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자동 갱신 제도를 없앴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아 투자를 막고 해외 명품을 유치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3월 특허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관세법을 고쳐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보고 3차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혼란에 빠졌다. 내년 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되는 등 앞으로도 사업권 쟁탈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원칙 없는 면세점 허용 정책도 비판을 받는다. 관세청은 작년 11월 2차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을 탈락시키고 두산과 신세계를 새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후 롯데와 SK면세점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자 올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했다.

면세산업을 대기업이 독식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중소·중견기업에 면세점 사업권을 남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을 없애려면 허가제인 현행 면세점 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말한다. 능력만 되면 자기 책임 아래 누구나 면세 사업을 할 수 있는 신고제나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허가제를 고수하면 면세점 사업권이 특혜라는 인식이 커지고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신고제로 면세점 난립이 우려된다면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만 면세점을 열 수 있는 등록제를 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인설/황정수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