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손학규 비대위원장 카드 검토…비박은 부정적

새누리 분당 막고 대선 고려
비박은 후보로 유승민 거론
손학규측 "상상 조차 할 수 없어"
< 정우택-나경원 ‘어색한 악수’ >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정우택(왼쪽), 나경원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우택-나경원 ‘어색한 악수’ >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정우택(왼쪽), 나경원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오는 21일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 이후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날 “당초 친박-비박(비박근혜)계 중진협의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손 전 대표도 물망에 올렸으나 대통령 탄핵으로 ‘없던 일’이 됐다”며 “친박계 일각에서 여전히 손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친박계가 이런 구상을 하는데는 ‘손학규 카드’로 비박계를 붙잡아 분당을 막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비박계가 대거 탈당한다면 친박 위주의 새누리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분열된 새누리당으로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존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미 탈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분당되면 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를 영입해 당의 분열을 막고, 반 총장까지 가담한다면 이들과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기존 주자들이 경선 과정에서 맞붙어 ‘바람’을 일으키고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친박계에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지만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 번 당을 떠난 손 전 대표를 다시 받을 수 없다”며 “친박계 지도부는 하루빨리 사퇴하는 게 분열을 막는 길이다. 당을 망친 사람들이 후임 인선을 주도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손 전 대표 측은 “정치 기득권 및 패권 세력에 맞서 정치의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해온 손 전 대표로서는 가장 추악한 정치 패권 세력인 친박계와 손을 잡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득권 타파를 주장해온 손 전 대표에 대한 모함”이라고 말했다.

친박 측은 손 전 대표 이외에 이인제·김태호 전 의원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박 측은 16일 선출되는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비박 일각에선 유승민 의원이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원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면 연말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