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 뷰] 김우빈, '마스터 키'를 쥐다…"연기는 호흡, 현장서 마음 열었죠"

새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선과 악 대결 구도가 뚜렷하다. 악인 이병헌(진현필 역)과 그를 쫓는 강직한 경찰 강동원(김재명)이 대립하는 단순한 구조다.

배우 김우빈은 밋밋하게 흘러갈 뻔한 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가 맡은 '박장군'은 '마스터'에 나오는 그 어떤 인물보다 입체적이다.관객들은 선과 악의 경계를 아슬아슬 오가는 김우빈을 보고 나면 그가 이 영화의 '마스터 키'(만능 열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욕설 대사 톤 바꿔 수없이 연습"

"'장군이'는 참 알 수 없는 녀석이예요. 선한지 악한지, 천재인지 바보인지 헷갈리죠. 그래서 더 매력을 느꼈어요. 극중 장군이가 김재명을 향해 이런 욕을 해요. '알고보니 구체적으로 X새끼네'. 이 대사 보자마자 '그래, 이런 게 바로 장군이지'라며 좋아했어요."박장군은 영화 속 중심이 되는 '원네트워크'라는 금융 피라미드 업체 전산 실장이다. 컴퓨터를 다루는 데 천재적 능력을 가진 인물로, 원네트워크 진현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 오직 돈이 인생의 목적이다.

박장군은 그러나 후에 김재명을 도와 진현필을 추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진현필과 김재명 사이를 오가는만큼 영화 속에서 박장군 비중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 역을 하겠다고 해놓고 부담이 컸어요. 분량도 많았고, 전체 흐름 상 중요한 역할이었으니까요. 연기는 호흡이 중요한데 저 때문에 흐름이 깨지면 안되잖아요. 대선배들 사이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한 사람이 선과 악을 동시에 연기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인물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김우빈은 그 어려운 양면 연기를 놀듯이 자연스럽게 해냈다. 밤낮없이 대본을 붙들고 현장에 가서 선배들 연기에 눈과 귀를 연 결과다.

"장군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 많이 했어요. 의외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았죠. 풀어져 있다가도 어느 순간 집요해 보이도록요. 욕설 대사도 여러 톤으로 수없이 연습했고요. 또 현장에서 이병헌, 강동원 선배 연기를 보면서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반항아만 여섯 일곱 번…축복"

김우빈은 앞선 작품에서 거칠고 반항아적인 역할을 주로 맡았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최영도와 '함부로 애틋하게' 신준영이 대표적이다.

영화 '스물'의 치호도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고 '기술자들' 속 지혁 역시 좋은 인물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마스터' 박장군도 반항아의 연장선상이다.

"남들은 한번도 하기 힘들다는 반항아를 저는 여섯 일곱 번은 한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 역할이 많이 왔죠. 배우 입장에서는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사연이 있고 좀 특별해 보이잖아요. 물론 실제로 반항아는 아니예요."
현실 속 김우빈은 반항아보다는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에 가깝다. 카푸치노를 즐겨 마시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잘 그리진 못하지만, 감정을 충실히 담아내려고 한다. '마스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도 장군이란 인물이 가진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김우빈이 그린 이 그림은 영화 속에 실제 등장한다.

"30호짜리 그림을 주로 그리다가 최근에 100호짜리 캔버스도 구입했어요. 대부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데 매직을 써보기도 했죠. 그림은 감정을 기록하는 저만의 방법이예요. '마스터'에 제가 숨겨놓은 그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그러려면 두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영화 '마스터'는

유사 수신 업체 '원네트워크' 진현필 회장(이병헌)은 수만 명 회원을 현혹해 막대한 부를 쌓는다. 온갖 사기 행각에도 불구하고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으로 번번히 수사망을 빠져나간다.

반년 간 그를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은 진 회장 최측근인 박장군(김우빈)을 이용해 그를 잡으려는데.희대의 사기범과 지능범죄수사대, 천재 해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이 펼쳐진다. '감시자들'과 '조용한 세상'을 만든 조의석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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