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촛불혁명 입법'] 재벌 개혁하자며 "상생기금 내라"…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전월세 상한제

'촛불혁명 12대 정책'밀어붙이는 민주당

정부·여당 반대에 막혔던 '해묵은 법안' 들
촛불민심 등에 업고 "내년 4월까지 법제화"
시장경제 역행·구체적 내용 미흡 등 논란
< 유일호 부총리 “민생법안 처리 부탁합니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9일 국회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여야를 방문해 민생경제와 관련한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촛불시민혁명 입법·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경제정책 방향은 서민경제 활성화와 재벌 중심 기득권 체제 개혁 등 크게 두 가지다. 이런 기조 아래 전·월세 상한제 도입, 재벌 개혁 등의 세부 과제를 내놓았다. 그간 정부·여당 반대로 실현하지 못하던 정책들을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서민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책들이 실제로는 시장원리를 거슬러 혼선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벌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기업이 낸 돈으로 농어민을 지원하겠다는 모순도 드러나고 있다.
◆시장원리 거스르는 전·월세 대책

민주당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 인상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집주인 동의 없이도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4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선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월세 인상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이 규제 시행 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에 대비해 최초 계약 시 임대료를 높게 요구할 수도 있다. 집주인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는 “임차인 권리 보호와 임대인 재산권 보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임대인이 다른 임차인을 입주시키고 싶어도 일정 기간 꼼짝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재산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택시장 흐름과도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37만가구로 2006년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민주당은 또 가계부채 대책과 청년 실업 대책,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예산·법안 영향평가제’는 예산과 법안이 특정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계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농어촌기금 ‘제2 미르재단’ 되나

민주당은 최순실 사태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을 청산하겠다며 재벌 개혁을 입법·정책 과제로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촉구 △주주대표소송제 도입 등 상법 개정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비롯한 공정거래법 개정 등이다. 윤호중 정책위원회 의장은 “경제민주화를 지속 추진해 재벌의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재벌 개혁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의 기금 출연을 요구하는 입법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농어촌상생기금 1조원을 조성해 농어민을 지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기금 출자자를 ‘정부 외의 자’로 규정하고 있어 주로 대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정부가 정책 추진을 명분으로 기업에 준조세나 다름없는 금전적 부담을 안긴다는 점에서 ‘제2의 미르재단’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 역시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생력이 없는 ‘좀비 기업’을 양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유승호/설지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