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 남아도는데…계속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대주택 지원위해 시작

주택 매입 때 의무할당
부동산 시장 활황 이어지며 2년째 한도 넘겨 발행

정부도 채무관리 부담

못 쓴 돈 36조 규모인데 주택기금에 돈 계속 유입
국고채 발행으로 전환 필요
집을 살 때 국민주택채권을 반드시 사야 하는 의무매입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권을 매입가격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매입자가 원치 않는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활황기엔 발행액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 정부가 국가채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무매입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국고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채권 발행 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2년 연속 발행한도 초과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은 최근 들어 매년 발행한도를 초과하고 있다. 2014년 발행액은 12조4000억원으로 한도(11조5000억원)를 9000억원 넘어섰다. 기재부는 2015년 한도를 13조원으로 올렸지만 16조2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14조6000억원 발행돼 한도(16조원)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채권 발행은 부동산 거래에 연동된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면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구조다. 아파트 거래량은 2013년 60만4331건에서 2014년 70만8950건, 2015년 80만848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임대주택 건설 자금 용도로 정부가 발행하는 국민주택채권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부동산을 산 사람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 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예컨대 서울의 시가표준액 6억원 이상 아파트를 산 사람은 시가표준액의 3.1%를 국민주택채권을 사는 데 써야 한다.

1000만원어치 사면 37만원 손실채권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주택도시기금에 필요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불용액은 36조원으로 임대주택건설 지원금의 7.5배 수준이다. 국가채무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이 많이 거래돼 채권 발행액이 한도를 초과하면 예상치 못한 국가채무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채권 매입자들의 손실도 크다. 국민주택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익이 적어(만기 5년에 금리 연 1.50%) 매입자 대부분은 채권을 사는 동시에 은행을 통해 시장에 매도한다. 발행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아 매입가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에 수수료도 내야 한다. 1000만원어치 채권을 매입한 뒤 시장에 매도하면(21일 기준) 962만8520원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37만원가량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국고채 발행으로 대체해야전문가들은 국민주택채권 의무매입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국고채처럼 시장에서 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행 관리를 맡은 기재부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한다. 국토교통부가 임대주택 건설 등에 필요한 만큼 기재부에 자금을 신청하면 기재부가 시장에서 국고채를 발행해 충당하는 게 합리적이란 판단이다. 기재부는 이날 내놓은 ‘국고채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민주택채권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채 발행으로 기금을 충당하면 조달비용은 조금 높아지겠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금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정치권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쪽이다. 부동산 정책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고, 적은 조달비용으로 서민 주거지원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