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파격 인사 이어 공격 투자…'낸드 전쟁' 불 붙었다

"SK하이닉스, 더 강한 반도체 회사 되려면 낸드 키워라"

지난 8월 임원 불러 1 대 1 면담
"시장 커지는 3D 낸드 올라타자" 청주에 15조 투자 전격 결정

도시바·마이크론·칭화유니 등 뭉칫돈 써가며 반도체 증설 경쟁
지난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SK하이닉스 임원들을 불러 1 대 1 면담을 했다. 주력 제품인 D램 가격 하락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줄어든 4529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직후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 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면담과 함께 각종 보고서를 검토한 최 회장은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증대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D램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올라타겠다는 포석이다.

◆공격적 투자 선택한 최태원 회장3D 낸드 생산에서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뒤져 있다. 올해 36단 3D 낸드를 만들어 LG전자에 공급했지만 도시바는 48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집적도가 더 높은 32단 3D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4단 3D 낸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SK하이닉스는 10.4%로 삼성전자(36.6%)와 도시바(19.8%), 웨스턴디지털(17.1%) 등에 뒤져 있다. 그나마 3분기에 마이크론(9.8%)을 근소한 차로 제치며 한 단계 올라선 결과다.이 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했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던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해 오히려 투자하며 경쟁력을 강화한 것과 똑같은 방향이다. 2011년 3조5000억원이던 시설투자비는 지난해 6조65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도 8340억원에서 1조756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10월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더 강한 반도체 회사가 되려면 낸드플래시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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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낸드 증설 경쟁 본격화2013년 삼성전자가 처음 양산에 성공한 3D 낸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독점 공급하던 제품이다. 올 하반기부터 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전통적인 강자 도시바는 최근 3D 낸드 전용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내년에도 새로운 공장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에 3D 낸드 설비를 갖췄다. 인텔도 중국 다롄에 공장을 짓고 곧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3D 낸드 생산에는 많은 돈이 든다. 기존 낸드플래시 생산보다 공정 수가 늘어나 장비 숫자도 많아지고 훨씬 큰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은 우한에 짓고 있는 3D 낸드 공장에 2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 6월 제품 양산을 시작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도 15조원이 들어갔다.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뭉칫돈을 써가며 3D 낸드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3D 낸드는 기존 2차원 낸드를 대체하고 있다. 도시바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에서 3D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8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48단 3D 낸드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72단까지 집적도를 높일 계획이다. 3D 낸드를 생산하고 있는 기존 청주공장에 더해 이천공장에서도 3D 낸드 양산시설을 내년 하반기 가동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는 충북에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충북발전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투자로 48조36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해 충북 지역총생산(GRDP)이 20% 늘어날 것”이라며 “협력사까지 합한 취업자 수도 11만42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3D 낸드낸드플래시는 메모리의 한 종류다.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특성 때문에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을 저장할 수 있다. 3D 낸드는 평면 낸드의 회로를 수직으로 세워 만든 것이다. 평면 낸드가 단독주택이라면 3D 낸드는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