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난개발 억제에 땅 투자 '주춤'…한발 빼는 중국인

제주 땅 팔기 시작한 외국인 올 상반기 22만㎡ 줄어들어

중국인, 올 들어 60만㎡ 처분
중국 자본 투자 여론 나빠진데다
농지·관광시설 등 감독 강화로
땅 팔거나, 매입도 보수적 전환

국내 외국인 땅 여의도의 80배
경기지역 비중 16.5%로 '최고'
제주도 외국인 보유 토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이 몰렸던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일대. 한경DB
제주도 내 외국인 땅이 처음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외국인 소유 땅 면적이 작년 말에 비해 21만㎡ 감소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던 외국인의 제주 땅 투자가 감소한 것은 중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주도민 여론이 나빠진 데다 제주도가 농지와 관광숙박시설 투자의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인 제주 투자 위축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의 외국인 소유 토지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대장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모두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제주도 내 외국인 땅은 작년 말보다 21만8000㎡(1.1%) 줄어든 2037만㎡로 집계됐다. 공시지가 5598억원, 시가로는 1조원어치가 넘는다.

제주도 외국인 소유 땅이 줄어든 가장 큰 배경은 중국인 투자 감소다. 올 상반기 중국인은 61만㎡의 땅을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중국 뤼디그룹 땅으로 분류된 제주헬스케어타운 땅(26만㎡)도 소유권 이전이 안 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토지거래 신고를 중심으로 외국인 토지 현황을 집계하는 제주도는 지난 10월 말 기준 중국인 소유 토지가 전년보다 9% 늘어난 977만㎡라고 밝혔다. 국토부 통계와 달리 소폭 늘어난 수치로 일부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부지가 포함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통계에서도 중국인 토지 매입 증가세(전년 말 대비)는 2013년 63%, 2014년 36%, 지난해 109%와 비교할 때 올 들어 9%로 확연히 줄었다.
대형 개발사업 중단 및 지연, 중국인들이 적극 사들이던 콘도와 분양형 호텔의 판매 감소, 제주도의 토지 투자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주도는 도내 농지 소유주를 전수조사해 올 상반기에만 국내외 1237명에게 임의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농자재 및 종자 구입, 농산물 판매 내역, 제주도 입출도 기록 등을 바탕으로 영농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내년 5월 이후 토지처분 명령을 받는다. 6개월 이내 토지를 팔지 않으면 매년 공시지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제주도 관계자는 “중국 모 증권거래소 직원이 제주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적발되는 등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 제주도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도 “지난 3~4년간 중국인들이 제주도 주요 땅을 많이 사놓은 데다 제주도가 상업용 토지를 매입한 중국인의 개발사업 내용을 꼼꼼히 살피면서 중국인들이 땅 일부를 팔고 있고 추가 매입은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여의도 80배 땅 소유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보유한 땅은 여의도 면적(여의서로 둑 안쪽 290만㎡)의 약 80배인 2억3223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토의 0.2%다. 공시지가 총액은 32조2608억원이다.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이 늘어난 것은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국내 생명보험업계 8위였던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토지 249만㎡를 취득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전체적으로 올해 외국인의 국내 토지 매수 증가폭(1.73%)은 미미하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1억1838만㎡(비중 51.0%), 유럽 2134만㎡(9.2%), 일본 1881만㎡(8.1%), 중국 1685만㎡(7.2%), 기타 국가가 5685만㎡(24.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의 땅이 1억2552만㎡로 절반(54.1%)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합작법인(7511만㎡·32.3%)과 순수 외국법인(1941만㎡·8.4%), 순수 외국인(1163만㎡·5.0%) 순이다. 경기가 3841만㎡(16.5%)로 외국인 땅이 가장 많다.

문혜정/이해성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