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경색 환자, 저체온 치료 효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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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중증 뇌경색 환자에게 수술 대신 저체온 치료를 하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체온 치료는 체온을 떨어뜨려 뇌 손상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체온 낮춰 뇌 손상 줄이는 치료
수술하는 것보다 사망률 낮아
뇌부종 등 부작용도 줄여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팀은 60세 이상 중증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했더니 수술 치료를 한 환자보다 사망률이 낮았다고 밝혔다. 뇌경색 환자의 저체온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 혈류가 줄면서 뇌조직이 죽는 질환이다. 중증 뇌경색 상태가 되면 뇌가 빠른 속도로 심하게 부어 뇌부종이 생긴다. 이때는 약물치료를 해도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약물치료 사망률이 70% 이상이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 두개절제수술을 활용해야 했다.
심한 뇌부종이 있는 60세 이하 중증 뇌경색 환자에게 수술하면 사망률을 75%에서 25%로 줄일 수 있다. 수술 후 일상복귀는 장담할 수 없다. 생존자 중 50% 이하만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 외에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젊은 중증 뇌경색 환자는 수술 치료를 우선으로 선택한다.
문제는 수술할 수 없는 환자다. 상태에 따라 뇌경색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도 있고 수술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 60세 이상 고령의 중증 뇌경색 환자는 가족이 수술을 거부하는 일이 많고 수술 후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이 젊은 환자보다 크다. 수술 효과와 치료 결과도 좋지 않은 편이다. 60세 이상 중증 뇌경색 환자의 수술 사망률은 30~50%로 비교적 높다.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는 비율도 낮다. 수술 효과가 좋지 않지만 수술 받지 않으면 75% 이상 사망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 치료법을 찾아왔다.한 교수팀은 수술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저체온 치료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저체온 치료는 환자의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떨어뜨려 뇌손상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이 생기는 것을 막아 뇌조직 손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저체온 치료를 하면 심한 뇌부종을 줄일 수 있다. 다른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뇌부종 때문에 생기는 뇌탈출 등을 막아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
한 교수팀은 2011년 2월부터 2012년 8월까지 34명의 악성 중대뇌동맥 뇌경색 환자 중 저체온 치료를 받은 11명의 고령 뇌경색 환자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저체온 치료 환자는 증상이 생긴 뒤 30시간 이내에 치료가 시작됐다. 환자 목표 온도는 33도로 설정했고 평균 77시간 치료했다.
연구 결과 저체온 치료 환자 사망률은 18%로,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 30~50%보다 낮았다. 3일 정도로 끝나던 저체온 치료를 5일 이상 했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없었다. 한 교수는 “고령의 중증 뇌경색 환자를 위해서는 수술 치료보다 저체온 치료로 사망률을 낮추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체온 치료는 고령 환자에게 수술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을 덜어주고 내과 치료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