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채 '빙하기' 온다…거래량 8년 만에 최악…내년 100조 깨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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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예고로 시장 더 냉각될 듯▶마켓인사이트 12월25일 오후 4시30분
기업 자금조달 악화 전망
올해 국내 회사채 발행량과 유통시장 거래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 투자활동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회사채 거래량 감소는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실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국채보다 회사채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투자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회사채(신용등급 AA-·만기 3년)와 국고채 간 유통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지난 23일 0.512%포인트로 금리 상승세가 시작된 지난 9월 초보다 0.2%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기업으로선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회사채를 사줄 기관을 찾기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회사채 거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신규 회사채 발행 규모도 줄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0조원대가 깨졌다.
25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발행된 회사채(사모 제외) 규모는 33조6419억원어치다. 작년 43조3145억원어치보다 22.3% 급감했다.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에는 회사채 거래량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거래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5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시작될 내년 2분기 이후 회사채 스프레드는 올해보다 더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경색이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에 빠진 기업이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이유로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고 보수적인 재무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LG경제연구원은 내년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 조선 항공 등 시장 신인도가 취약한 업종 기업에는 ‘재앙’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실장은 “이들 업종 중 일부는 벌어들인 이익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자칫하면 내년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