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의 시대…영화도 책도 내 손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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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생산자 경계 사라지는 문화계
일반인 "나도 제작자"
다큐멘터리 영화 '뚜르'
자전거마니아들 십시일반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문화적 다양성 확대
교보 주문형 출판 '퍼플', 5년새 이용자 30배 늘어
취미생활·여행기 책으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한 다큐멘터리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3046899.1.jpg)
![](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01.13049314.1.jpg)
수요가 적다고 문화상품을 만들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주문 제작하면 된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가치있는 소비, 낭비없는 생산’을 모토로 한 온라인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서 김승옥 작가가 1977년 출간한 유일한 수필집 뜬 세상에 살기에 초판 복각본과 개정본을 단독 판매한다. 조건이 있다. 출판을 위한 최소 주문 수량인 200명을 넘어야 한다. 지난 21일 기준 408명이 주문해 출판에 성공했다.
일반인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책을 내는 ‘독립 출판’ 붐도 일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취미생활, 여행기, 일기 등을 출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보문고의 주문형 출판(POD) 서비스 ‘퍼플’ 이용 건수는 2011년 500건에서 2016년 1만5500건으로 30배가량 늘어났다.강의를 듣고 출판의 기본 노하우를 익힌 직장인 전하영 씨는 지인 최민준 씨와 코타키나발루에서 포카라까지 여섯 개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에세이를 모은 책 우리의 초록을 출간했다. 인사의 온기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그는 “독자와 감정을 공유하고, 작은 서점들에서 입점 문의가 꾸준히 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문화적 취향을 담은 상품을 소비하는 ‘가치 소비’ 성향도 두드러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7년 소비 트렌드로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 중심 시장을 꼽으면서 이를 ‘컨슈머토피아’라고 이름 붙였다. 김 교수는 “모바일 온디맨드 서비스 등으로 아무리 작더라도 수요가 있으면 그에 맞춰 제품을 제작하는 수요 중심 경제가 가능해졌다”며 “소비자가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