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 뷰] 차태현 주연 영화에 '차태현'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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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이형 役 차태현 인터뷰이 어지러운 시국에 '사랑'을 말하는 새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가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영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에 서툰 사람들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남자 '이형'의 이야기가 주다.주인공 이형 역을 맡은 배우 차태현은 특유의 위트있는 표정과 대사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 따뜻함을 준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한 까페에서 차태현을 만났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실제 촬영 분량은 적었다"며 "현장에서 만화책을 볼 정도로 한가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극 중 차태현은 김윤혜, 성동일, 배성우, 선우용여의 몸에 차례로 들어가게 된다.이 네 사람은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시에 차태현을 연기해야 했다. 차태현은 처음부터 자신의 분량을 챙기기보다는 영화 전체 흐름을 중요시했다.
그는 "나보다 '나를'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게 영화의 핵심이었다"며 "다소 모험이었지만 배우들이 잘 해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차태현은 또 "이 영화는 캐스팅이 정말 중요했다"며 "'스컬리'역 김유정은 신의 한 수 였다"고 말했다. 김유정이 맡은 스컬리는 유일하게 이형의 비밀을 알아채는 4차원 소녀다. 차태현은 "유정이가 아마 '구르미 그린 달빛' 출연 이후였으면 (이 영화를) 안 했을 것"이라며 "실제 고등학생인 유정이가 여고생을 연기해서 정말 잘 어울렸다. 유정이와 내가 확실히 고등학생과 아저씨처럼 보여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배성우 형은 '엽기적인 그녀2'를 촬영할 때부터 같이 하자고 꼬셨다"며 "형이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 빵 터질 때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랑하기 때문에'에는 관객을 위한 깜짝 선물이 하나 있다. 고(故)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 날'이 스크린을 채우며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차태현은 "이 영화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가 유재하 씨 노래였다"며 "'그대 내 품에' 한 곡 정도만 더 들어갔어도 영화의 느낌이 달랐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차태현은 그동안 '과속 스캔들'(2008), '헬로우 고스트'(2010) 등의 영화를 통해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짠한 '차태현표 코미디'를 선보였다.
코미디 장르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지만 수년 간 이렇다할 이미지 변신이 없었다는 점은 배우로서 아쉬운 지점이다.
그는 "이미지 변신을 하려면 액션과 악역 밖에 없다"며 "하지만 나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에서 액션은 본 적이 없다. 스릴러, 악역은 확 와 닿는 역할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번쯤은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신과 함께'의 '자홍' 역은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차태현은 '사랑하기 때문에'와 '신과 함께'로 내년 한 해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신과 함께'는 내년 여름께 개봉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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