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국채 금리 어디까지 오를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트럼프 당선 후 연일 이어지던 국채 금리 급등세가 주춤해졌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당선 직전일 연 1.858%였던 것이 지난 15일에는 연 2.606%까지 무려 40.25% 폭등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국채 발행을 늘리고 물가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12월 중순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가 최근에는 연 2.55%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국고채 역시 비슷한 움직임이다.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12일 연 2.27%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연 2.11% 안팎이다.

美 대선 전부터 오르기 시작트럼프 당선과 국채 금리 급등,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인지, 지속된다면 어디까지 오를지로 모아지고 있다. 우선 트럼프 당선 후 나타난 금리 발작이 일시적인 것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글로벌 국채 금리는 지난 7월 바닥을 찍고 8월부터 완만하게나마 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었다. 미 국채 10년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직후인 7월 초 연 1.37%까지 떨어진 뒤 반등하는 중이었다. 연 1.37%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물론 유럽 경제에 큰 충격이 없었고 미국 경기 회복세도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국채 금리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클린턴의 당선이 당연시되던 때였다는 걸 감안하면 트럼프 당선은 금리 상승의 기폭제가 되기는 했지만 근본적 원인은 아닌 셈이다.

그럼 금리는 어디까지 오를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당선’이라는 이벤트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단기 고점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미난 분석이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인 데이비드 바사네즈 호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 국채(10년물 기준) 수익률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급락한 뒤 저점 대비 2%포인트까지 반등했고 2012년 유럽 재정위기 후에는 반등 폭이 1.6%포인트였다고 한다. 이번에는 두 경우의 평균(1.8%포인트) 정도 반등한다고 보면 단기적으로 연 3.2% 안팎까지는 일단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궁금점은 최근 보이는 주가와 금리의 동반 상승세가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 것이냐는 점이다. 보통 주가와 채권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지만 저금리로 수익률이 일정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채권이 과대 평가됐을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난 7월 이후 금리가 올라도 주식시장이 강세를 지속한 것은 바로 그래서다.주가와 동반 상승, 단명할 수도

국채 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르면 주가에 독(毒)이 될까. 이와 관련해서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이 흥미롭다. 여러 변수를 대입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이 연 2.75%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국채 금리와 주가가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수준을 넘어가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온 미국의 주가가 조만간 조정받을 수도 있다. 물론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중요한 건 글로벌 초저금리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시장 변화와 그 파장에 대한 진지하고 치밀한 연구와 대응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