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호 이끌 조재민의 '권토중래'…"주식형펀드 부활 이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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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친정 복귀자산운용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재민 전 KTB자산운용 대표(54·사진)가 친정인 KB자산운용으로 돌아온다. 조 전 대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KB자산운용을 이끌며 군소 운용사 중 하나였던 회사를 ‘빅3 운용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상품 많이 내기보다는 장기 수익률에 초점 맞출 것"
펀드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
KB자산운용은 지난 27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조 전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내년 1월2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조 대표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식형 펀드의 부활을 이끌겠다”고 밝혔다.펀드매니저를 두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5.18%(28일 에프앤가이드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자산운용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펀드매니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선 자산운용사가 성장할 수 없다”며 “주식형펀드의 위상을 제자리로 돌리는 데 역점을 쏟겠다”고 말했다.
준비된 CEO답게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여러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낮춘 주식형펀드를 선보이겠다”는 복안이다.
KB금융그룹도 조 대표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주식형펀드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해외 대체투자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도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설명이다.조 대표는 운용업계로 오기 전 씨티은행, 크레디트아그리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와 채권매니저로 일했다. 국내에서만 활동한 자산운용사 대표들에 비해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그는 2009년부터 4년간 KB운용 대표를 맡아 공모 주식형펀드 수탁액을 2조원 선에서 7조원 안팎까지 불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를 발굴해 조직문화를 바꿔놓는 데 능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업계의 관심은 조 대표가 어떤 인물을 중용할지에 쏠려 있다. 젊은 매니저들을 발굴해 중책을 맡기는 특유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KB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최웅필 상무도 조 대표의 권유로 ‘KB맨’이 됐다. 최 상무는 한국밸류자산운용에서 이채원 부사장과 함께 가치투자를 해오다 조 대표의 러브콜을 받고 KB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만든 ‘KB밸류포커스’는 국내 가치주 펀드를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이 펀드의 운용 설정액은 1조4343억원에 달한다.
조 대표가 중시하는 지표는 ‘장기 수익률’이다.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신상품을 많이 내기보다는 소수 대표펀드의 좋은 장기 수익률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을 빼놓지 않았다. 장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KB운용 펀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그는 직업이 자산운용사 사장이란 얘기를 들을 만큼 운용사 대표 경력이 길다. 2000년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표를 맡아 10년을 지휘했다. KB운용과 KTB자산운용에서 CEO를 지낸 기간을 합하면 대표 경력만 16년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