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필독서 '후진국 경제론' 저자 조용범 교수 별세

[ 김봉구 기자 ] 1970년대 운동권 필독서로 알려진 《후진국 경제론》 저자 퇴경(退耕) 조용범 고려대 명예교수가 2016년 마지막 날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조 명예교수는 고려대 정법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교 교수로 부임해 정경대학장, 정책과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냈으며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했다.고인은 《후진국 경제론》 집필로 민주화운동 국면에서 이론적 기여를 했다. 책은 근대경제학적 입장에서 저개발국 경제이론의 한계를 비판했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닌 제3의 후진국 경제개발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사건 변호를 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의 변호를 맡으려면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이 책을 꼭 읽으라고 권했다고 한다. 당시 운동권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필독서였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조 교수는 몸소 민주화운동에도 참여, 1980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해직을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1984년 복직 후에는 고려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했다.유족으로 부인 조성자 씨(한글서예가)와 자녀 조도찬(GRP 이사)·도상(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과장)·경아 씨, 사위 김종현 제일기획 상무 등이 있다. 빈소는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특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장흥 신세계공원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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