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땅' 동남아로 간 외식·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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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억 시장 잇단 진출‘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대표는 작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가는 비행기만 11번을 탔다. 국내에서 1000호점을 돌파한 뒤 그는 제2의 저가 수제버거 열풍을 일으킬 곳으로 동남아 시장을 지목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과거 국내 외식업계가 고성장한 1990~2000년대와 닮아 있다”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층 많아…외식업체 '제2 도약' 노려
맘스터치·미스터피자 등 태국·말레이시아 진출 계획
CJ는 사료공장 세우고…대상, 베트남 업체 M&A
국내 프랜차이즈 및 식품업체가 잇따라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구 6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을 겨냥해서다. 한발 앞서 진출한 업체들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젊은 소비자가 많은 동남아 시장이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규제가 강화되는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젊은 사람 많은 ‘기회의 땅’
롯데리아는 작년 9월 국내 외식업체로는 처음 라오스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동남아 5개 시장에서 거점을 확보했다. 1998년 베트남 1호 매장을 낸 롯데리아는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25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3개 점포가 영업 중인 미얀마에서는 월평균 1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얀마 1인당 국민소득이 약 14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뚜레쥬르는 이미 동남아 대표 베이커리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뚜레쥬르는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1위 기업보다 매장당 매출이 높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크로크 무슈 같은 현지에서 인기있는 메뉴와 자전거·오토바이 발레파킹, 친절한 인사 등 차별화된 한국식 서비스가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고 있는 MPK그룹도 동남아 시장 개척에 거침이 없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에 총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MPK는 올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MPK는 동남아 시장이 연 7%의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MPK 관계자는 “동남아는 외식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층이 두터워 외식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다 현지인의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설명했다. 평균연령을 보면 시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 41.2세, 중국 37.1세인 데 비해 베트남은 30.1세, 인도네시아는 29.9세다. 외식업체가 동남아로 향하는 이유다.
◆식품업체 공장 증설 잇따라CJ제일제당과 대상 같은 식품업체도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잇따라 공장을 세우며 동남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12월 인도네시아에 사료 공장 2개를 추가로 완공했다. CJ제일제당은 사료 등 생물자원사업을 내수기업 한계를 극복할 카드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 6개, 베트남 4개, 필리핀과 캄보디아 각각 1개 등 동남아에 12개의 사료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인도네시아 1개, 베트남 2개, 필리핀 1개 등 총 4개의 사료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에 현지 생산기지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동남아 최대 생물자원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상도 지난해 베트남 육가공 업체 덕비엣을 375억원에 인수해 현지 햄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94년 대표 조미료인 ‘미원’을 들고 베트남에 진출한 대상은 전분당 같은 식품소재사업 일부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3년 전 진출한 필리핀 시장에선 투자금을 전부 회수할 정도로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작년 베트남 법인을 처음 세워 동남아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5년 안에 수출 실적을 최대 7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현지에서 소주 등 한국 술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하이트진로의 동남아 수출 증가율은 2012년 이후 26.9%, 41.3%, 31.6%, 106.6%로 두 자릿수 이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민소득이 아직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정보기술(IT)·자동차보다 외식·식품업체의 동남아 진출이 더 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