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술도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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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강의가 끝나고 질문 시간에 한 수강생이 미술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미술과 친해지려고 가끔씩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가는데 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왜 현대미술은 이렇게 어려운가요? 예술가들은 대중의 반응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비단 그 수강생뿐만 아니라 일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객이 미술 감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술을 쉽게 감상하는 비결은 없다.
미술을 이해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미술은 느끼고 즐기는 것인데 웬 공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에 도달하려면 공부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예술작품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지혜를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 왜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 앞에 고난과 역경이 놓여 있는지 등에 관한 심오하고도 다양한 질문이 들어 있다.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고 관객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직접적인 전달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기법인 은유와 비유, 상징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그림 속 촛불은 진실, 빛을 갈망하는 영혼, 인생의 허무함 등을 상징한다. 즉 촛불을 그린 숨은 의도는 진실이나 영혼의 갈망, 삶의 허무함을 말하기 위해서다.예술가들이 은유와 상징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직접적인 표현에 비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 의도를 강조할 수 있는 데다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조성의 핵심인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려면 작품이 제작된 시대적 배경과 창작 환경, 예술가의 심리 분석은 물론 조형언어인 구도, 형태, 색채 등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끝으로 “예술가는 관객 반응에 초연하다”는 오해도 풀어야 한다. 예술가는 관객이 자신의 작품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한다. 그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 중 하나는 “작품 메시지에 공감했어요”니까. 그러니 새해에는 미술 공부에 도전해 미술 애호가로의 변신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