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레바스처럼 예측 불가…국회서 은산분리 규제부터 풀어달라"

금융계 수장들, 신년 인사회서 위기대응 한목소리

유일호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임종룡 "불확실성 선제 대응"
박현주 "과감한 투자 필요해" 한동우 "선견·선결·선행 절실"
윤종규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
2017년 범(汎)금융 신년 인사회와 제26회 다산금융상 시상식이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관계·금융계 인사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심재철 국회 부의장,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뒷줄 왼쪽부터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이종구 개혁보수신당(가칭) 정책위원회 의장,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금융계 수장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의 위험관리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앞서 은산분리 등의 규제 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3일 열린 2017년 범(汎)금융 신년인사회와 다산금융상(한국경제신문사·금융위원회 공동 주최) 시상식에 참석한 금융인들은 금융시장 안팎의 불확실성 확대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또 무너지는 금융업권 간 경계와 확산하는 핀테크(금융+기술) 흐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 등도 위기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심재철 국회 부의장 등 정·관계 인사와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1300여명이 참석했다.◆유 부총리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언제라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안팎의 여건은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한 치 앞도 알기 어렵다”며 “금융 건전성과 복원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지만 금융업에서는 많은 변화와 경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는 남극 빙하지대 크레바스처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극지 탐험가들이 크레바스에 대비해 서로 몸을 연결해 이동하는 것처럼 금융회사들도 모두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부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기 때문에 막히지 않도록 해달라”며 “국회도 금융산업의 발전과 경제 도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진 원장은 “올해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거꾸로 보면 금융산업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회사에 자율성을 준 만큼 핀테크 등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은 “올해를 금융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금융을 공공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강조했다.◆다산금융상 대상을 받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을 돌아보니 한국이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금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며 금융회사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에 미리 보고, 미리 결정하고 미리 행동하는 선견·선결·선행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KT와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출범에 맞춰 은산분리 규제를 조속히 완화해달라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요청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올해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며 “통합 KB증권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인수합병(M&A) 등 직접적인 투자보다 해외투자를 통한 성장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 성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올해를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는 민영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산금융상 수상자를 위한 티타임에선 한국의 경제 여건과 고용 현실이 화제에 올랐다. 박 회장과 윤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 서준희 비씨카드 사장 등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때문이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어 정부가 신규 일자리 창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만 해도 중국인을 겨냥해 카지노를 허용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도 “의료 산업이나 카지노 같은 서비스업이 고용 창출에 큰 효과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은정/김일규/이현일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