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 '강남 운동화' 인기 치솟는데 안전성 과연

지난 달 서울 강남구 도곡초등학교는 '바퀴달린 신발 신고오지 않기'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배부했다.

학생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생활을 위해 학부모들이 적극 협조해 달라며 보낸 통신문이다. 해당 학교 교사 A씨는 "학생들이 학교에 올 때 바퀴달린 신발을 종종 신고 온다"며 "이 신발을 신고 다니다 다른 사람과 충돌할 경우 뇌진탕, 골절 등 안전 사고가 날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가정 통신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바퀴달린 신발은 신발 밑창에 바퀴가 달려 평소에는 운동화처럼 신다가 원할 때 인라인스케이트처럼 빠르게 미끄러질 수 있도록 만든 신발이다. 미국 '힐리스' 사(社) 제품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 유행하다 사라졌던 힐리스 운동화는 지난해 아동운동화 판매업체인 '토박스'가 '강남운동화'라는 이름으로 마케팅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인기만큼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늘고 있다. 16일 토박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 업체를 통해서만 힐리스 운동화 4만족이 판매됐다.

ABC마트 등 슈즈 멀티숍에 공급한 물량까지 합치면 10만족이 팔려, 힐리스로만 3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제품 인기는 새해 들어서도 이어져 예약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다.

힐리스는 6~7살 어린아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주로 신는 운동화로, 거리 곳곳에서 이 신발을 신고 미끄러지듯 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스케이트보드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최고 시속은 50km 정도에 달한다. 자칫 속도를 낼 경우 안전 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힐리스를 신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별도의 안전용품을 착용하지 않고 있다. 판매 업체 쪽에서도 제품 위험성을 적극 경고하지는 않는다.

백화점 내 한 토박스 매장 관계자는 "별도의 안전용품으로 헬멧과 보호대를 판매 중"이라면서도 "힐리스 구매 고객 대부분은 안전용품을 따로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위험성에 대한 경고 없이 제품만을 판매하는 매장도 적지 않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는 제품 위험성을 설명해줄 별도의 판매 직원 없이 '내 아이를 위한 핫 아이템' '바퀴 달린 신발의 전설' 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마트 복도 한 켠에서 쌓아두고 판매한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힐리스는 '바퀴달린 운동화'로 분류돼 안전품질표시기준 대상이다.

제품은 본체(또는 최소 단위포장) 및 별도의 사용설명서에 적색글씨, 음양각표, 또는 주위 글씨보다 훨씬 큰 글씨 등으로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한 후 사용한 후 사용하시오'라는 경고문을 소비자가 식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민안전처는인라인스케이트, 킥보드, 스케이트보드 등 롤러스포츠 대중화에 따른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바퀴달린 신발'에 대한 안전성 논의는 포함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 안전개선과 관계자는 "(바퀴달린 신발요?) 요즘 그런걸 타나요? 잘 모르겠다"며 소비자원에 문의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바퀴달린 신발은 안전검사 대상품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안전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현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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