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생산성 저하' 앓는 중국, 미국 통상압박에 경착륙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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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의 한계효율 1/4로 떨어져 성장 위한 투자확대 어려워시진핑의 저성장 용인과 미국·중국 경제마찰
GDP의 수출의존도는 28%…9% 정도인 미국 통상압박에 취약
외환보유액 3조달러 깨질 조짐…'트럼프 충격파'에 상황악화 우려
김기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작년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금융경제 지도부 회의에서 향후 중국 경제성장률이 6.5%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용인하겠다는 말을 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였는데, 이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은 다음과 같은 논평을 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1, 2,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세 분기 연속 정확하게 6.7%였다는 믿기 어려운 발표를 내놓았다. 통계적 조작이 의심된다거나 목표치 달성에 상당한 무리가 따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무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맞는 말이 아닐까? 2013년 6월 이후 2016년 10월까지 중국 GDP는 24% 늘어난 데 비해 중국 상장기업 매출은 1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으나 거의 비슷해야 정상인 위의 두 수치가 그토록 차이나는 것만으로도 공식 경제성장률 통계를 믿기는 어려워진다.GDP의 총수요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중국 경제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연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2000~2010년 민간소비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연평균 27%에 불과했다. 반면 투자 비율은 거의 두 배인 53%였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위해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2015년 자본의 한계효율은 10년 전에 비해 4분의 1로 떨어졌다. 즉 2005년에는 100이 투자되면 GDP 역시 100만큼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그 수치가 25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고(高)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 투자가 효율 저하의 반비례 비율만큼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므로 중국 정부 혹은 민간이 그 많은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외형상 7%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부추긴 결과 부채 역시 가시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GDP의 150%이던 총부채는 2016년 270%까지 늘어났고, 특히 기업부채가 많아 GDP의 180%를 넘나들고 있다. 여전히 의혹의 대상인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그렇다는 것이고, GDP의 55~85% 정도로 추정되는 그림자금융 대출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1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싼 이자의 대규모 외채를 끌어들였다는 점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위안화 환율이 오른다든지,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외채 상환 연기 혹은 재(再) 대출이 어려워지면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과도한 투자에 부채도 급증
이상이 작년부터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 위기론의 배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을 더욱 늘려 7%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것은 논리상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진핑의 성장률 6.5% 이하 수용 의사는 현실의 일부를 받아들인 것일 뿐 획기적인 조치라고 볼 수는 없다. 대외경제 여건에 중국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지만, 중국은 운이 없게도 중국에 대단히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라는 미국 신임 대통령을 상대하게 됐다.미국 역사에서 대선 기간에 트럼프만큼 중국에 독설을 퍼부은 대통령 후보는 없었을 것이다. “미국 일자리를 침해한 중국의 일방적인 대미 무역흑자를 좌시하지 않겠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구제 소송을 준비하겠다” “중국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 트럼프의 주요 발언이지만, 이들 정치 슬로건이 중저소득 백인층을 결집하며 트럼프 당선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트럼프 역시 자신의 공약을 슬그머니 철회하기는 정치적으로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G2’라는 용어가 일상화된 국내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거의 대등한 힘을 지닌 경제 주체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대외무역에 한정된 설명이지만 총 수출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즉 수출의존도의 경우 2010년 이후 미국은 연평균 9% 내외였으나, 중국은 28% 정도로 대단히 높았다.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별로인 반면 중국은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그 밖의 다른 근거가 많지만, 위의 통계만으로도 미국이 유리하다는 현실을 아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통상 전쟁에 칼자루 쥔 미국여기서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와 중국 경제의 성장률 추락 상황을 대입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과거 플라자합의 사례를 통해 답변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일본과 독일의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엔화 및 마르크화 환율을 평가절상시키자는 합의였다. 1985년 9월 합의 시 237엔 대 1달러였던 엔화 환율은 1988년 11월 123엔 대 1달러로 평가절상됐다. 마르크화 역시 합의 시 1달러 대비 2.94마르크가 1990년 초에는 1.62마르크로 낮아졌다. 두 통화 모두 100% 내외의 평가절상을 경험했지만, 독일과 일본 경제의 대응 능력에는 차이가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일본 경제는 경기 침체에 빠져들며 현재까지 헤매고 있는 반면 독일은 별 충격 없이 지금도 유럽을 쥐락펴락하는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경제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생산성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독일의 생산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일본 경제는 그렇지 못했다. 1985~1990년 연평균 3.3%에 달했던 일본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이 1990년 이후는 0.7%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말은 경제가 생산성 저하 때문에 내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면 상황이 꼬인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중국 경제의 생산성 저하가 2005년 이후 가시화됐고, 지금은 성장률을 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혹은 보복관세 부과와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중국은 곤란해진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과거 일본은 최고 수준의 선진경제였던 반면 지금의 중국은 그래봤자 개도국에 불과하다는 현실 또한 부정적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의 달러 강세로 인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6개월 연속 줄어들며 심리적 지지선인 3조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대응수단 없는 한국한국에서는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 우리도 피해를 본다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원한다고 중국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미·중 경제마찰을 한국이 나서서 막을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현 상황은 한국의 바람 및 능력과는 별 상관없이 전개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운명이 그렇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 그만이다. 과거 반세기 이상 역경이라는 역경을 모두 헤치고 여기까지 온 한국 국민과 경제의 위대함에 비춰 작금의 과도한 우려가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기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