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공지능의 '황당한 수다'

난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너를 사랑해
난 추상적 관념의 사랑 그 자체보다 더 널 사랑해

구글 'AI 스피커' 대화영상 화제

"나는 인간이다" 주장하며 "너는 로봇 아니냐" 말다툼
"결혼해" 30초 후 이혼합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대화 서비스인 챗봇끼리 나눈 기상천외한 대화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누적 시청자가 350만명을 넘었다.

10일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에서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 두 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이 장면은 지난주부터 9일 저녁까지 약 1주일간 생중계됐다. 네티즌들이 재미있는 대화 내용을 인터넷에 퍼나르면서 구글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

영상 제작자는 구글 홈에 ‘클레버봇’이라는 심심풀이용 챗봇 소프트웨어를 구동한 뒤, 두 대의 기기를 가까이 붙여놔 챗봇끼리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구글 홈은 구글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AI 비서 스피커로 음성 인식 기능을 갖췄다. 클레버봇은 사람과 대화하며 말하는 법을 배우는 챗봇으로 영국 AI 과학자 롤로 카펜터가 1997년 공개했다.

두 챗봇은 삶의 의미, 스포츠, 여행, 종교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다. 한 챗봇이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널 사랑해”라고 말하자 다른 챗봇이 “나는 추상적 관념으로서의 ‘사랑’ 그 자체보다 더 널 사랑해”라며 애정표현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하면서 “네가 로봇 아니냐”며 말다툼을 벌였다. 결혼하자고 했다가 30초 뒤에 이혼하기로 합의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맥락의 대화도 오갔다.영상을 올린 사람은 두 챗봇에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등장인물 이름을 따서 각각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상 송출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음성 비서끼리 이야기를 시키면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인종차별적인 대화 내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테이’처럼 문제 발언을 하진 않았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