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자이언트 세쿼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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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지구상 가장 큰 생명체는 뭘까. 자이언트 세쿼이아라고 불리는 나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 일대에 자생하는 침엽수의 일종으로 보통 높이 50~80m까지 자라고 지름은 6~8m에 이른다. 가장 큰 것은 94.8m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름만 17m짜리도 있었다고 한다.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오래 살기도 해야 한다. 수명이 3000년 정도로 알려졌는데 3500년짜리도 발견된 적이 있다.
자이언트 세쿼이아 다음으로 큰 나무는 그 사촌격인 레드우드 나무다. 역시 캘리포니아에 자생하는데 주로 북서해안 일대에 분포한다. 자이언트 세쿼이아와 비슷하지만 평균 키는 좀 더 크고 나무줄기는 세쿼이아보다 다소 슬림하다. 이 두 종의 나무가 워낙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다 보니 사람들은 관광객을 끌기 위해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나무 밑동에 터널을 내서 사람이나 마차, 심지어 자동차가 지나가게끔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터널 나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와오나(Wawona)였다. 1881년 밑동에 구멍을 냈는데 당시 높이 70m, 지름 8m였다. 자동차가 통과하는 거목 사진 중 좀 오래된 사진들의 주인공이 바로 이 나무라고 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1969년 겨울 폭풍우 때 쓰러졌다. 지금은 뿌리가 드러나 쓰러진 채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또 다른 터널 나무가 지난 8일 폭풍우로 쓰러졌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칼라베라스 빅트리 주립공원에 있는 파이어니어 캐빈( Pioneer Cabin)이라는 자이언트 세쿼이아다. 역시 1880년대에 터널을 냈는데 수령은 약 2000년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는 이외에도 4개의 터널 나무가 더 있다. 2개는 요세미티에 있는 자이언트 세쿼이아고 나머지 2개는 레드우드다. 이 중 차가 통과할 수 있는 나무는 ‘샹들리에 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레드우드뿐이다.
자이언트 세쿼이아나 레드우드가 수천년을 살지만 세계 최고령 나무는 따로 있다. 캘리포니아 인요 국립삼림지에 있는 히코리 나무로 무려 4847세라고 한다. 969세까지 살았다는 노아의 할아버지 이름을 따 ‘므두셀라’로 불린다. 일본 야쿠시마에 있는 삼나무 ‘조몬수기’가 7000살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측정 결과 약 2100세라고 한다. 한국 최고령 나무는 강원 정선에 있는 두위봉 주목으로 1400살 정도로 추정된다. 인간 수명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겨우 100년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