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기차예매 전쟁…'파이어폭스'만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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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수서고속철 예매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5)는 12일 꼭두새벽부터 ‘설 기차표 예매 전쟁’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수서고속철(SRT)이 이날 오전 6시 첫 명절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버 시간까지 맞춰놓고 정각에 클릭했다. 그러나 로그인은커녕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란 메시지만 계속 떴다. 나중엔 홈페이지가 아예 먹통이 됐고 접속 장애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이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크롬이나 인터넷익스플로러(IE) 대신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예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빨리 파이어폭스를 내려받아 설치한 뒤 바로 접속해 예매에 성공했다.
크롬·익스플로러 등 '먹통'
SNS서 "파이어폭스만 성공"
업체 "과부하 따른 버그 가능성"
크롬과 IE에서 안 되던 예매가 왜 파이어폭스에서는 가능했을까. SRT 운영법인인 SR 측은 “설 명절 예매 홈페이지는 코레일과 동일한 대기표 시스템을 도입해 과다 접속을 막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크롬 IE는 물론 파이어폭스에도 비정상적인 로그인 접속을 차단하도록 했고 사전 테스트도 문제없이 마쳤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사용자가 파이어폭스를 통해 대기표 없이 로그인할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 과부하에 따라 (파이어폭스에서만) 로그인 제어 파일의 자동 다운로드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일각에서는 웹 표준을 가장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파이어폭스의 특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최신 웹 표준에 가까울수록 비표준 플러그인(별도 설치 프로그램) 퇴출 등으로 브라우저가 가벼워진다”며 “이 때문에 로그인 제어 파일이 파이어폭스에서만 설치가 거부되는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파이어폭스는 과거 넷스케이프 출신 개발자들이 주축이 된 모질라재단에서 2003년 11월 제작한 오픈소스 웹브라우저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3.45%로 구글 크롬(58.5%)에 이어 2위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