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냐…의리냐 깊어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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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폰서 계약 앞둔 박성현
LPGA 데뷔전 2주 앞두고 하나금융그룹과 막바지 협상
"기대 밑도는 후원금 받느니 '친정' 넵스로 돌아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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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박성현은 현재 4~5곳의 국내 유력 기업과 후원 협상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력한 곳은 두 곳 정도로 압축된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협상 과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박성현에게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하나금융그룹과 기존 후원사인 넵스가 막판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아직 두 곳 모두 계약서 문구 작성 수준까지 접근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성격의 기본 후원금과 성적에 비례하는 인센티브, 계약 기간을 두고 기싸움이 의외로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넵스는 박성현의 복귀에 대해 언제든 열려 있다는 입장이며 이미 가능한 최상의 조건을 제시한 채 타사와의 협상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넵스는 박성현 측에 기존 후원금의 최소 네 배 이상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무명 시절이던 2013년 넵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박성현은 초기 1억2000만~1억5000만원 안팎의 연간 후원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넵스는 박성현과 한솥밥을 먹던 고진영(22)을 하이트진로로 방출하고, 올해 남자대회(넵스헤리티지) 개최를 포기하면서 박성현과의 재계약을 가시권에 둘 정도로 자금 여유가 생겼다. 하나금융그룹이 제시한 조건은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시즌 7승과 5관왕(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 베스트플레이어 인기상)을 거머쥐며 대세가 된 박성현은 당초 인센티브를 합쳐 최대 20억원 안팎의 후원계약이 가능할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조건들이 나오자 협상 진전이 더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정 넵스의 ‘묵은 정’이 신경 쓰이기도 하거니와 제시한 조건이 완전히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변수다. 하나금융그룹과의 막바지 협상이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도 넵스와의 재계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실리라고 할 만큼 양사의 제시 조건 격차가 크지 않다면 명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적 상태로 오는 26일 열리는 첫 대회를 치르는 건 피해야 하는 만큼 설 전인 다음주가 협상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