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밀어붙이는 특검] "구속영장 청구해도 법원서 기각 가능성…특검도 고민 많을 것"

법조계 시각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고민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할 혐의를 놓고서다. 한국의 간판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자체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이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밤샘 조사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13일 브리핑에서 “(혐의) 핵심 내용에 대해 수사팀이 요구하는 진술과 피의자(이 부회장) 진술 내용이 불일치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해도 영장실질심사 단계부터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최순실 씨 일가 지원에 대해선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가까운 강한 요구에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일 뿐”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대통령 압박에 따라 지원했다는 것은 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요소일 뿐”이라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뇌물죄와 관련해 돈을 건넨 사람은 ‘피해자’ 성격이 있어 처벌하기 쉽지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돈을 건넨 사람은 돈을 받은 사람에 비해 구속기소 비율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적용을 검토 중인 이 부회장의 횡령·배임혐의도 논란거리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회삿돈을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삼성이라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쓴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횡령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특검팀은 이날 53개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원 출연금에 대해 모두 제3자 뇌물혐의를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직권남용혐의로 기소했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특검팀은 대기업 총수들이 박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나눈 현안 관련 대화 등 청탁의 증거는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모두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다고 일관되게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법리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 특검보는 삼성 수뇌부 사법처리 범위에 대해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때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과 이 부회장 간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광속·광폭 질주하고 있는 특검이지만 글로벌 기업의 수뇌부 사법처리 문제만큼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