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훑더니 이번엔 특검…롯데 사장단 인사 또 연기

현장에서

면세점 특혜·평창 지원 등 짜맞추기 수사에 경영 '발목'
롯데가 그룹 사장단 인사를 설 연휴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작년 말에 계획한 인사를 1월 하순으로 늦춘 데 이어 다시 연기하는 셈이다.

모두 면세점 비리 의혹 때문이다. 작년 말엔 검찰이 훑었고 이번엔 특검 차례다.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 심사에서 떨어진 뒤 작년 12월 사업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내용이다.그러나 특검이 두 가지를 놓치고 있다. 면세점 전쟁에서 롯데는 현상유지를 했을 뿐 추가로 얻은 게 없다는 점, 검찰이 이미 롯데를 털고 갔다는 점이다.

면세점 선정 과정을 비리로 모는 것은 거의 짜맞추기라는 지적이 있다. 검찰 수사 때부터 쟁점이 된 건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독대 전후 상황이다. 두 사람이 작년 3월14일 만나고 이틀 뒤 관세청 주최의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시내면세점 수를 늘려주기로 했다는 게 핵심이다. 다음날 K스포츠재단이 롯데를 찾아와 75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까지 더해져 롯데를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에게 돈을 준 뇌물 공여자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시계를 조금만 과거로 돌려보자. 2015년 11월 롯데와 SK가 월드타워 면세점,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박탈당했다. 대부분 언론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두 면세점 직원들의 처지를 조명하기 바빴다. 박 대통령도 한 달 뒤 청와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때부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기존 면세 사업자들은 특허권 수성 실패로 고용 불안을 겪고 있어 개선 필요성이 분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기획재정부가 작년 1월 이미 시내면세점을 추가 선정하기로 결정했다는 것도 중요하다. 당시 청와대 업무보고에 이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총선(4월)을 감안해 발표를 그 이후로 미뤘을 뿐이다.

특검은 이런 상황을 쏙 빼고 특정 정황만으로 문제 있는 거래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과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있으니 수사 여건도 좋다. 하지만 ‘정권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과연 어디 있겠냐’는 특수성도 고려했으면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압박에 미국으로 투자 보따리를 들고 가는 전 세계 기업이 트럼프 정권 말기에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누가 할까.

정인설 생활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