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플러스] 부진한 건설株, 해외 수주 딛고 일어설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급등한 건설주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주가를 이끌었던 국내 주택시장 업황이 하향세에 접어든 탓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해외 수주가 올해 건설주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오전 9시2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3% 내린 111.72를 기록 중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지난해 건설업 지수는 6.7% 상승해 코스피지수 상승률 5.6%를 웃돌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0.43% 하락해 코스피지수 상승률 2.33%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10월12일 기록한 최고치 123.04와 비교하면 9% 가량 떨어진 상황이다.올해 국내 주택시장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건설주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7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건설투자가 4.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는 주택경기 호조에 힘입어 10%대 성장을 보였지만 올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춤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이후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신규 수주도 감소세로 전환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진입하면 일반적으로 건설사 분양 목표의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올해는 예정 분양 물량보다 실제 분양 물량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6개 건설사의 예정 분양 물량은 10만6000호다. 이는 전년 대비 18.4% 감소한 수치다.국내 부동산 시장은 내리막길에 들어섰지만 증권업계의 전망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올해 성장동력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는 분석에서다.

현재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25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중질유 처리시설(POC) 입찰에 참여 중이며 현대건설의 에콰도르 정유공장(40억달러), 대림산업의 이란 박티아리댐·플랜트(25억달러) 등도 올해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김기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60억 달러 규모의 오만 두쿰 정유공장, 50억 달러 규모의 바레인 시드카 프로젝트 등도 국내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 상승으로 발주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 업체들의 해외 수주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실적에도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은 해외 수주를 바탕으로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2조3000억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 수주 이후, 이란 내 잠재 수요가 올해 구체화될 것"이라며 "사우디법인의 Iso(Isocynate) 준공으로 적자 요인이 제거됐고, 주택 및 유화 부문의 실적도 호조를 보이면서 연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 또한 해외 수주를 발판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우 현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비료공장(15억달러) 베네수엘라 PLC(30억달러) 우즈벡 GTS(5억달러) 등 장기간 진행되지 못했던 미착공 수주잔고가 재개되면서 올해 매출에 반영될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이익 증가세를 기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부진한 해외수주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해양담수청(SWCC)과 체결한 1조 6000억원 규모의 '얀부 발전·해수담수 플랜트' 공사 수주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 프로젝트는 적자현장으로 발주처와의 정산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반영될 것"이라며 "수주잔고 급감에 따라 신규수주 경쟁이 심화 되고, 매출이 급감해 성장성이 정체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