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세포 재생 물질 상호작용 끊으면 대장암 억제 가능"

대장 속 세포를 재생시키는 물질 간 상호작용이 과도하게 늘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새 물질을 활용해 대장암 치료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임대식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몸속 세포를 재생시키는 생리활성물질인 PGE2와 유전자 YAP1이 대장에서 과하게 발현되면 대장용종과 대장암 세포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질환 분야 국제학술지(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PGE2는 세포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외 연구를 통해 PGE2와 YAP1이 대장암 발병과 연관있다는 사실은 알려져왔다. 하지만 해당 물질과 유전자가 어떻게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교수팀은 PGE2를 증가시킨 쥐에게서 YAP1이 1.5∼2.5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쥐에게 대장 염증을 일으키는 약물을 주입한 뒤 PGE2의 활동을 줄이기 위해 항염증제를 사용했더니 YAP1 유전자의 활동이 40% 줄어드는 것도 발견했다. 이를 통해 PGE2와 YAP1은 한 물질이 증가하면 다른 물질도 증가하고 한 물질이 감소하면 다른 물질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물질 간 상호작용이 대장암과 관련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물질이 많이 발현되도록 쥐의 유전자를 조작했더니 12∼16주 만에 대장 용종이 생겼고 24주 안에 대장암세포가 생겼다. YAP1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PGE2 활동을 억제했을 때에는 암세포가 생기지 않았다.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 받은 대장암 환자 77명의 조직을 분석해 PGE2와 YAP1이 지나치게 늘어나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명 교수는 “세포를 재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PGE2와 YAP1이 지나치게 상호작용해 지나치게 많아졌을 때 대장암 세포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PGE2를 억제하는 항염증제로 대장암을 치료하면 심혈관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두 물질의 상호작용을 끊는 신약이 개발되면 부작용 없이 대장암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